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10개 단체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은평대영학교 장애학생 학대사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등 10개 단체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은평대영학교 장애학생 학대사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에이블뉴스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서울 은평구 소재 특수학교 은평대영학교에서 장애학생 학대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학교의 미온적 대처에 분통을 터뜨리며, 철저한 조사와 가해자 엄벌을 촉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이하 서울부모연대) 등 10개 단체는 12일 오전 10시 30분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은평대영학교 장애학생 학대사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서울부모연대에 따르면 지난 5월 9일 서울 소재 특수학교 ‘은평대영학교’에서 교사가 초등 2학년 A학생의 뺨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학생의 부모는 수업을 마친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불안정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 상황을 묻자, 교사들은 아이가 문제행동을 혼내자 자해했다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교사는 어머니에게 아이가 급우를 때려 제지하는 과정에서 교사를 때려 꽉 안았더니 자기 얼굴을 때리는 자해 행동을 했다고 되풀이했고, 이틀 뒤 등굣길에서 만난 교장에게도 얘기했지만 별다른 답이 없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은평대영학교 학부모들.ⓒ에이블뉴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은평대영학교 학부모들.ⓒ에이블뉴스

이 학대 사건이 밝혀진 것은 5월 16일 외부 경찰 신고에 의해서였다. 이때에도 A학생의 아버지는 자해 사건으로 별일 아니니 신고를 취하해달라고 말했으나, 5월 18일 학교 측에서 요청한 면담 과정에서 교과 교사가 아이를 때린 게 맞다는 사실과 징계위가 열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건은 이후 교육청에 보고됐으며, 5월 21일에는 은평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여청강력수사팀에 고소장이 접수됐고, 여성가족부 경찰청학교폭력으로도 신고가 돼 수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약 한 달 동안 이뤄진 학교의 행동에 장애학생의 부모들은 학교가 사건을 은폐 및 축소하려는 태도를 취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은평대영학교 입장문. ⓒ은평대영학교
은평대영학교 입장문. ⓒ은평대영학교

이에 대해 은평대영학교는 12일 오전 입장문을 발표, 사안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점을 사과하며 가해 교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약속했다.

은평대영학교 측은 “장애학생이 행복하고 안전하게 다녀야 할 학교에서 있어서는 안 될 안타까운 일이 생겨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이다. 이 일로 마음에 상처를 받으신 피해 학부모님과 은평대영학교 학부모님, 그리고 장애학생 학부모님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 교사에 대한 철저한 처벌과 피해 장애학생과 가족에 대한 보호를 최우선 순위로 둔다고 하는 것에서 여러 가지 혼선이 있었음을 인정한다. 피의사실공표, 개인정보보호 등으로 인해 절차상의 문제로 징계 과정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여, 우왕좌왕한 것 같다. 학교와 법인의 미숙함으로 인한 것이지, 축소나 은폐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에 은평대영학교는 ▲가해 교사에 대한 엄중한 처벌 ▲ 피해 학생과 가족에 대한 보호와 안정 조치 ▲정직한 보고를 한 특수교육실무사의 보호조치 실행 ▲장애학생 학대재발방지 및 대안 마련을 위한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하는 위원회 구성 ▲장애학생학대 예방을 위한 인권연수·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연수 등 인권 감수성 연수 실시 등을 통해 학교가 개선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오전 10시 30분 은평대영학교 앞에서 개최된 ‘은평대영학교 장애학생 학대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김수정 지부장(왼쪽)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이사(오른쪽).ⓒ에이블뉴스

서울부모연대 김수정 회장은 “학교 측은 면담할 때도 이 사건이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발언하더니, 기자회견을 연다고 하니 그때서야 연락을 하고 입장문을 발표해 철저히 조사를 한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 의지가 있는 학교라면 4년 전 해당 교사가 폭행을 했을 때 제대로 조치해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했을 것”이라며 “일반학교에서 지원되지 않는 부분을 지원받고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기 위한 특수학교인데 어떻게 이처럼 폭행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가”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장애가 있다고 맞아도 되는 것이 아니다. 이 학교와 법인이 투명하게 학생들의 인권과 교육권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보고 감시하겠다”고 전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남연 이사는 “해당 교사는 4년 전에도 학생을 때리고 신발을 던져서 학대신고가 됐지만 1달 정직의 징계만을 받은 후 다시 근무하고 있는 것”이라며, “또 이 학교의 다른 교사는 수업시간에 학생이 졸았다는 이유로 귀를 라이터로 지지는 행위를 했으나 징계는 경징계에 그쳐 곧 복귀해서 명예퇴직을 한 바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학교 관계자들이 정말 장애학생에 대한 폭행과 인권침해를 심각하게 생각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교의 행태를 보면 신뢰할 수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이사장이 직접 사과하고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외쳤다.

장애학생 부모들은 은평대영학교에 ▲가해 교사 즉시 해임 ▲사건인지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학교장, 교감직무대행, 해당실무사 징계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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