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혈액 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재난 발생 시 투석을 하는 신장장애인이 특성에 맞는 대응 매뉴얼이 없어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보건복지부에 신장장애 특수성을 반영한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투석병원 및 관공서 등에 배포할 수 있도록 요청했다고 6일 밝혔다.

투석을 하는 신장장애인은 재난 상황에서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당사자도 대응 방식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실제 지난해 경기도 투석병원 화재로 대피 못한 신장장애인 4명이 사망했다.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으로 격리된 동안 식단관리가 어려워 4일 동안 다른 음식 없이 캔영양식으로만 식사해야 하는 상황도 있었다.

한국신장장애인협회 이영정 사무총장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가장 큰 문제가 투석환자 40명이 동시에 5분 안에 바늘을 빼고 나와야한다”고 하면서 “간호사가 지원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개인이 숙지를 하고 바늘을 빼고 나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신장장애인은 평소처럼 투석하는 것이 불가한 상태가 되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에 큰 위협이 된다.

투석 중 재난이 발생하면 과다 출혈이나 바늘의 세균감염 등을 방지하기 위한 처치가 필요하다. 외부에서 제공되는 식단은 함부로 섭취할 수 없다.

솔루션 관계자는 “바나나나 땅콩, 우유 같이 칼륨이 풍부한 식품은 고칼륨혈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투석해줘야 생존할 수 있는데, 재난 시 한 병원에 투석해야 하는 사람들이 몰려 지체되거나 거부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국 1234개소의 투석병원 중 신장장애의 특수성을 반영한 매뉴얼을 소지한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재난 대응 매뉴얼은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에서 제작한 ‘재난 취약 유형별 재난안전 가이드’나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의료기관 화재안전 매뉴얼’ 등이다.

필수적이기는 하나 대부분 공통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신장장애 특수고려사항(상비약, 식단, 투석병원 연락망 등)만 따로 정리한 매뉴얼은 없다.

조성민 솔루션위원은 “맹점은 당사자가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데, (현 매뉴얼은) 누군가가 도와줘야한다”며 “당사자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고로 지진 등 재난이 자주 일어나는 옆 나라 일본에서는 이미 투석환자 대상 매뉴얼을 병원에서 배포하고 있다.

투석 중 정전 발생 시 수동으로 자가 수혈 하는 방법, 고칼륨혈증 대비 소지해야할 약품 종류와 복용 시기, 보건소 및 병원 등 긴급연락망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솔루션 관계자는 “신장장애인은 당장 그 재난 상황을 벗어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투석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면서 “특수성을 반영한 매뉴얼을 제작해 의료기관 종사자는 물론, 당사자들까지 기본적인 대응 방법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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