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재활원 전경 /사진=유튜브 캡처- 한 달간 CCTV에 수십 명의 학대 피해자·가해 종사자 담겨
- 해당 재활원의 후속 조치 등에도 “시설폐쇄” “울산시 책임” 거세
- 울산시는 ‘자립지원 시범사업’ 빠져 있어… 자립지원법 국회 통과돼야!
[더인디고] 울산의 한 대형 거주시설(재활원)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이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결국 본질적인 해결은 “인권침해 시설 폐쇄”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자립지원법안)’이라도 시급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해당 재활원은 1987년 설립된 울산에서 가장 큰 규모의 ‘중증지적장애인 거주시설’이다. 거주인은 약 180명, 생활지도원 등 종사자는 80명에 이른다.
지난 2월 4일부터 이어진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시설서 학대 정황이 드러난 것은 작년 10월 말이다. 한 입소자가 갈비뼈 골절로 병원 진료를 받다가 이를 수상하게 여긴 입소자 가족들이 재활원 측에 항의하면서다. 재활원은 자체 확인 후 11월 6일, 울산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학대 신고를 접수했고, 이후 경찰이 시설 내 한 달간 녹화된 CCTV 영상 12개 모두를 확인한 결과, 500여 건의 학대 의심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 영상에는 20명의 생활지도원이 29명의 거주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장면이 담겼다.
관련해 재활원은 지난해 11월 20일, ‘거주인 인권침해 발생에 따른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려둔 상태다. 후속 조치로 학대 혐의 등으로 경찰조사를 받는 생활지도원 20명은 시설에서 거주자들과 분리한 데 이어, 폭행 사실이 확인된 3명은 징계위원회를 거쳐 해고했고, 나머지 17명 중 2명은 퇴사, 15명은 직무 배제됐다고 밝혔다.
울산 거주시설서 또 상습 폭행… ‘장애인 자립지원법’ 제정 시급하지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울산지부, 울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울산장애인이동권연대 등은 5일 성명을 내고, “학대를 방치한 울산시를 규탄”하며, “시설 폐쇄” 등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한 방에 10여 명의 거주인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식사 시간 식판이 바닥에 모두 놓여 있는 상태에서 종사자가 거주인을 질질 끌고 들여놓았다. 또 양쪽 뺨을 손으로 후려치고, 머리를 때리고, 발로 세게 차는 모습 등이 CCTV에 담겼다”고 밝힌 뒤, “심지어 거주인에게 다른 거주인을 폭행하라고 시킨 사실까지 드러났다”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겨우 한 달간 CCTV 자료에서 확인된 것일 뿐, 이전에 얼마나 많은 학대가 어떻게 자행되고 은폐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단체들은 “더 큰 문제는 거주인 학대가 일상적으로 자행됐음에도 매해 진행되는 지도 점검을 통해 드러나지 않은 데에는 울산시의 책임이 크다”며, “이는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공간에서 집단으로 수용해 통제하는 반인권적 운영구조와 이에 따른 폐쇄적 운영 및 일상적 인권침해 등 집단 수용시설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울산시를 향해 “본질적인 해결 방안은 시설 폐쇄에 있다”고 전제한 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긴급 보호조치와 피해회복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 지도·감독 소홀 등에 대한 철저한 규명, 학대 가해자 등을 전원 조사 및 근본적인 장애인자립지원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정부는 ‘탈시설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과 ‘현 정부의 국정과제’ 등에 따라 지난 22년부터 ‘지역사회 자립지원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내년 본사업을 위해 올해까지 시범사업과 평가, 근거 법령 마련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 기간 자립을 희망하는 시설거주 및 지역사회 장애인 등 600명의 자립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절반인 300명 수준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에 대한 원인으로 지역사회 인프라와 법적 근거 미흡, 여전히 ‘탈시설’, ‘지역사회 자립생활’ 등에 대한 일부 당사자 부모들과 시설을 운영하는 종교법인 등의 부정적 인식 등을 꼽아 왔다. 또한 전국 광역지자체 중 시범사업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 등 지자체의 관심 부족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17개 광역지자체 중 이번 사건이 발생한 울산시를 비롯해 충청북도와 대전시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한 장애계 관계자는 “시설폐쇄가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도 있지만, 당장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시범사업의 참여가 저조한 원인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우선 내년 전국적인 본사업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난 1월 23일, 국회 상임위(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자립지원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이 중요한 과제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도 있어 보이지만, 지난 국회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됐던 ‘탈시설’ 용어 등을 삭제했고, 대상 역시 시설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학대피해 장애인 등까지 포괄하는 법안”이라고 설명한 뒤, “그런데 이조차 반대하는 당사자 부모 등이 국회 법사위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에 우려가 된다”며, “제발 이번 국회에서는 더 이상 이 문제로 소모적인 논쟁이나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