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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키오스크, 이젠 편의성 있도록 통일되어야 할 때2025-02-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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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오스크, 이젠 편의성 있도록 통일되어야 할 때

매장의 키오스크 사진
시각장애인은 키오스크의 내용이 ‘터치’식이기 때문에 보지 못하므로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화면의 특정 부분을 확대하는 기능이 통일화될 핑요성이 있다. ©박관찬 기자
  • 시각장애인은 이용하기 어렵고, 휠체어 이용자는 키오스크 윗부분에 손이 안 닿아
  • 인건비 절약뿐만 아니라 이용하는 사람의 편의도 생각하는 키오스크 필요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수철 씨(가명)는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를 하기 위해 회사 근처의 새로 생긴 식당에 갔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빈 자리에 앉았는데, 주문을 받으러 오는 직원이 없었다. 그러다 수철 씨가 들어왔던 식당 문으로 들어온 다른 손님이 바로 빈 자리에 가서 앉지 않고 식당 한 켠에 있는 키오스크로 가서 주문하는 걸 어렴풋이 확인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수철 씨는 키오스크에서 주문하고 있는 손님의 뒤에 가서 줄을 서지 않고 카운터 쪽으로 갔다. 식당 직원이 나타나자 수철 씨는 카드를 내보이며 말했다.

“저기, 주문 좀 하려고요.”

“저기 있는 키오스크로 주문하시면 됩니다.”

“아, 제가 시각장애가 있어서 키오스크의 글씨가 잘 안 보여서요.”

그러자 직원이 귀찮은 기색을 보였는지 수철 씨가 건네는 카드를 낚아채듯이 가져가면서 주문을 받았다. 주문을 하는 수철 씨의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수철 씨는 “그래도 직원이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주면 고마운 마음이 더 들었을 텐데, 키오스크가 있는데도 굳이 여기서 주문하냐 하는 인상인 것 같아서 언짢았다”면서 “혼자 식당이나 카페를 이용해야 할 땐 키오스크 접근이 어려우니까 언제까지 이렇게 눈치봐야 하는지 답답하고”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그래도 저시력 시각장애인은 어느 정도 볼 수 있으니까 키오스크의 특정 부분을 손가락으로 조작해서 확대되는 기능이 모든 키오스크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면 좋겠다”며, “키오스크가 아무리 큰 유형이라도 그 안의 글자는 시력과 시야에 따라 잘 안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확대하는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려운 건 오늘내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매장에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키오스크를 도입해서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수철 씨도 그런 부분을 지적하면서 요즘 다양하게 접근성을 위한 키오스크가 나오고 있더라도 ‘통일성’이나 ‘포괄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키오스크의 윗부분까지 손이 닿지 않는다. 그래서 키오스크의 높낮이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하다. ©박관찬 기자

휠체어를 이용하는 윤경 씨(가명)도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을 하고 싶은데, 키오스크의 키가 너무 큰 바람에 원하는 메뉴를 터치해야하는 곳까지 윤경 씨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다.

윤경 씨는 “어떤 키오스크는 그렇게 높지 않아서 혼자 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너무 키가 높은 키오스크도 제법 많아서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높은 산처럼 다가올 때가 많다”면서 “가능하다면 모든 키오스크가 높낮이 조절이 되면 어떨까 생각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키오스크의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다면, 굳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키가 작은 사람도 큰 어려움 없이 키오스크를 혼자 이용할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키오스크가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만 목적을 두는 게 아닌, 이용하는 모든 사람에게도 편리함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윤경 씨는 강조했다.

윤경 씨는 “최근 대법원에서 의미있는 판결을 내렸던 만큼 언젠가는 모든 편의점이 장애인 접근이 가능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모든 편의점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키오스크로 된다면 아무리 접근성이 좋아져도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고 키오스크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키오스크가 장애인이나 노인 등 이용하기 어려운 계층이 있다는 건 오래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게 사실”이라고 하며 “이젠 그런 이야기나 토론만 주고받을 때가 아니라 정말 실용적인 키오스크를 개발하여 시중 모든 키오스크에 통일화시켜야 할 때”라고 힘줘 말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