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시력 시각장애가 있는 수험생은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때 컴퓨터 화면 상단에 돋보기 프로그램을 설정한 뒤 시험을 본다. 돋보기 창의 크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시험시간이 연장되지 않으면 시험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박관찬 기자- 장애인 편의제공은 필기나 면접에서만 지원?
- 심지어 시간이 제한적이라 그냥 찍기도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하기 위해서 꼭 통과해야 하는 과정 중 하나가 인성 및 적성검사다. 기본적인 임용시험도 필요하지만,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인성이 어떠한지, 직업에 대한 적성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인성 및 적성 검사의 취지는 분명한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시험에서 당연히 지원되어야 할 장애인 편의제공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성 및 적성 검사를 통과한 뒤 치르는 필기시험과 면접에서는 장애인 편의제공을 지원하면서도 인성 및 적성 검사에서는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ㄱ 공공기관의 공개경쟁채용시험에 지원했던 저시력 시각장애인 A 씨는 “인성 검사는 글자들을 잘 봐야 되고, 적성 검사는 그림이나 도형 이런 것도 잘 봐야 되니까 소리를 읽어 주는 것만으로는 시험보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그럼 반드시 시험시간을 연장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제한된 시간 안에 얼른 문제를 풀어야 하더라”고 허탈해 했다.
A 씨는 저시력이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치르는 인성 및 적성 검사의 경우, 컴퓨터 화면 상단에 돋보기 프로그램을 띄워서 시험을 본다고 한다. 돋보기 프로그램을 띄우면 마우스 커서가 이동하는 곳마다 확대해서 보여주는데, 돋보기 창의 크기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해당 돋보기 창에 나온 글자나 모양만 보면서 문제를 풀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A 씨는 “이 시험은 제한된 시간 안에 얼마나 빠르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판단력도 평가하는가 싶다”면서도 “정작 그런 시험 의도와는 별개로 장애가 있는 수험생에게는 어떠한 고려도 하지 않은 채 필기시험부터 편의제공을 한다는 건 시험을 치지 마라는 의미인가”라고 반문했다.
컴퓨터 화면 상단에 돋보기 프로그램을 띄워서 한 문제씩 읽으며 문제를 풀던 A 씨는 제한된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기 어려워지자, 결국 남은 문제 대부분은 그냥 ‘찍었다’고 했다.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고 한다.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던 A 씨는 “지체장애인도 이런 시험은 대필이나 어떤 지원이 필요할 수 있는데, 대필도 전달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제한된 시간이 적을 게 분명하다”면서 “공공기관이라면 시험의 목적과 취지뿐만 아니라 장애인 편의제공의 취지도 분명히 알았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A 씨는 “분명히 다른 장애인 수험생들도 인성 및 적성 검사는 장애인 편의제공이 안 되니까 그냥 문제를 찍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적성 검사에서 동그라미를 보여주고 똑같은 모양을 찾으라고 해도 시각장애인은 그걸 보기 어렵다는 걸 인지하고, 그에 맞는 적성 검사 커리큘럼을 새로 개발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