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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3년 만의 새 장애유형, 1형당뇨병 ‘췌장장애’로 인정2025-09-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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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 만의 새 장애유형, 1형당뇨병 ‘췌장장애’로 인정

1형당뇨로 인한 '췌장장애‘가 새 장애유형으로 신설되었다.

▲1형당뇨로 인한 '췌장장애‘가 새 장애유형으로 신설되었다. @ 2021년 1형당뇨 인식캠페인 ’우리가 1형당뇨를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갈무리_ (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
  • 췌장장애 신설…1형당뇨 환자, 제도권 진입 눈앞
  • 태안 사건과 ‘율아의 걷기’, 사회적 공감 이끌어
  • 정치권과 정부, 환자단체의 목소리에 응답하다
  • 맞춤형 지원과 낙인 해소, 앞으로의 과제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정부가 23년 만에 새로운 장애 유형을 신설한다. 중증·난치성인 1형당뇨병 환자와 췌장 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췌장장애’가 그 주인공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말까지 「장애인복지법 시행령·시행규칙 및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고, 9월 입법예고를 거쳐 10월 중 공포할 예정이다. 준비 기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내년 5월부터 본격 시행이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완전히 새로운 장애 유형이 추가되는 역사적 사건이다.

그동안 1형당뇨 환자들은 장애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인슐린을 전혀 혹은 거의 생산하지 못하는 자가면역 질환임에도 단순한 혈당 관리 문제로 치부되면서 국가적 지원에서 배제됐던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의료비 지원, 장애아 가족 양육지원, 장애 아동 수당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이 확대된다. 나아가 학교 현장에서 1형당뇨 아동을 위한 의료보조 인력 배치 등 맞춤형 서비스 논의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 태안 사건과 율아의 걷기’, 사회적 공감 이끌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9살 어린이 율아가 1형당뇨병을 가진 환아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국회까지 나섰다. 율아는 “1형당뇨를 ‘췌장장애’로 인정해 달라”는 간절한 바람을 안고 세종시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걸어 올라왔다. @ (사)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패이스북

이번 제도 변화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2024년 1월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1형당뇨 환자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었다. 비극적인 사건 이후 환자단체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당뇨병을 췌장장애로 인정해 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해 진행된 ‘9살 율아의 희망 걷기 대장정’은 환자와 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린 상징적 사건이 됐다. 세종시에서 국회까지 이어진 걸음은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끌며 여론을 환기시켰고, 환자들의 고통이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임을 드러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환자단체와의 간담회를 통해 “장애 연구용역에 1형당뇨를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의의 물꼬를 텄다. 이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김윤 의원 역시 대선 과정에서 공약 반영을 약속하며 힘을 보탰다. 환우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90% 이상 환자와 가족이 장애 인정 필요성을 지지한 결과도 제도 도입의 명분을 강화했다.

미국·영국, 1형당뇨병을 장애’ 인정제도적 지원 활발

미국과 영국은 모두 1형당뇨병을 ‘장애’로 인정하고, 이를 법과 제도로 보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는 당뇨병 환자가 단순히 질병 관리 차원을 넘어, 교육·노동·사회참여 전반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제도화한 결과다.

미국은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ADA)」이 법적 근거다. 2008년 개정된 ADA는 내분비계 기능에 중대한 제약을 주는 질환을 장애로 명시했으며, 그에 따라 1형당뇨병은 명백히 장애 범주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환자는 일상과 학업, 고용 현장에서 다양한 편의 제공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혈당 검사와 인슐린 투여를 위한 ‘504 Plan(장애학생 지원계획)이 마련돼 학습권을 보장한다. 직장 역시 혈당 측정 시간 보장, 합리적 근무환경 조성 등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미국 사회보장국(SSA) 산하 SSI(저소득층 대상 보조금) 및 SSDI(사회보장장애보험)를 통해 소득 보장도 가능하다. 다만, 이 혜택은 단순 당뇨 진단만으로는 어렵고, 중증 합병증이나 기능 저하가 동반된 경우에 한정적으로 지급된다. 영국 역시 2010년 제정된 「동등법-Equality Act」를 통해 당뇨병을 장애로 인정했다. 1형과 2형 모두 포함되며, 일상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주는 만성질환으로 정의된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차별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고용·교육·서비스 전반에서 합리적 조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특히 영국은 복지와 의료 영역에서의 지원이 체계적이다. 당뇨 환자는 장애인 아동생활수당(DLA), 성인 대상 개인적 독립지불(PIP)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처방약은 무료로 제공되며, 혈당 측정 스트립 등 필수 의료 소모품도 지원 대상이다. 시험 응시 시 혈당 체크 시간을 보장하거나, 직장에서 인슐린 투여 공간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 맞춤형 지원과 낙인 해소, 앞으로의 과제

췌장장애 신설은 환자와 가족에게 실질적 지원의 문을 열었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증 2형 당뇨 환자에 대한 인정 여부가 이번 개정안에 포함되지 못했다. 또한 장애 인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낙인과 편견도 극복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중증·경증’ 구분을 넘어 1형당뇨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교육기관에서의 안전한 학습 환경 조성, 의료보조 인력 지원, 사회적 편견 해소 프로그램 등이 후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더인디고 THEINDIGO]


1형당뇨로 인한 '췌장장애‘가 새 장애유형으로 신설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