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이 AAC(의사소통 보조기기)를 활용해 대학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며 강의하는 모습 /재미나이 편집- 인권포럼·재활협회·한국장총 등 잇따라 “환영”
- “장애인은 교육의 대상만이 아닌 교수자·연구자“
- 대학 넘어 공직·연구 현장까지 전문인력 참여 확대 기대
[더인디고] 삼육대학교 일반대학원 사회복지·디지털통합돌봄학과가 오는 9월부터 장애인 정책과 자립생활 분야에서 활동해 온 중증 뇌병변장애인 당사자를 강사로 임용하자, 장애계는 당사자의 경험과 전문성을 대학 교육의 자산으로 인정한 포용적 고등교육의 의미 있는 진전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번 임용은 장애인을 교육과 정책의 대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지식을 생산하고 전달하는 교육의 주체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장애계는 이러한 변화가 대학에 그치지 않고 연구기관과 공공부문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돼 장애인의 전문성이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환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육받을 권리에서 가르칠 권리까지
삼육대학의 강사 임용 결정이 알려지자,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은 3일 논평을 통해 “장애인의 경험과 정책 연구 성과는 우리 사회가 축적해야 할 중요한 정책 자산”이라며 “장애 당사자가 직접 강의하고 연구 경험을 나누는 것은 학생들에게 장애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실천적 지혜를 제공하는 살아 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기주도지원(Self-Directed Support)과 사람 중심 실천을 지향하는 교육 현장에서 당사자의 지식과 경험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며 “장애 당사자의 삶과 권리에 관한 경험이 사회복지와 돌봄 분야의 중요한 교육 콘텐츠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언어장애가 심한 중증 뇌병변장애인이 대학 강단에 서게 된 것은 장애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교육의 중심에 세우는 의미 있는 변화”라며 환영했다.
한국장총은 “중증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라며 “이번 사례가 더 많은 대학과 공공기관, 연구기관으로 확산돼 장애인이 강사와 교수, 연구자, 정책전문가로 참여하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이번 사례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제24조가 지향하는 포용교육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했다.
재활협회는 “포용교육은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교육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전제한 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4호를 근거로 “포용교육을 위해서는 장애인 교직원과 연구자의 참여를 확대하고, 의사소통 지원, 보조공학 활용, 합리적 편의 제공 등 교육기관의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는 국가가 이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이 교육 현장에서 배우는 학생뿐 아니라 가르치고 연구하는 교수자와 연구자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의미의 포용교육이 가능하다”며 “교육권과 노동권은 분리된 권리가 아니라 장애인의 사회참여를 보장하는 연속적인 권리”라고 밝혔다.
■ 개인의 성취 넘어 사회의 변화로
이번 사례는 중증 뇌병변장애인이 대학 강단에 선 첫 사례는 아니다. 약 20년 전 황윤성 박사가 모교 대학에서 강의를 맡으며 장애인의 교육 참여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대학과 연구기관, 공공부문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애계는 장애인의 전문성이 개인의 노력과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특히 장애인이 교수와 강사, 연구자, 정책전문가 등 다양한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채용 기회 확대뿐 아니라 의사소통 지원, 보조공학, 업무 지원 인력 등 합리적 편의를 보장하는 지원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삼육대학교의 결정이 일회성 사례를 넘어 장애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교육과 연구, 공공 영역 전반에서 인정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