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에서 활짝 웃는 이주언 변호사장애인 인권과 관련법 전문가로 장애인 권익증진과 공익법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 이주언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가 지난 1월 26일 제7회 홍남순변호사인권상을 수상하였다.
이주언 변호사는 학창시절 장애인 야학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2012년 연수원(41기) 수료 후 3년간 로펌에서 일하다가 변호사로서 안정된 수입을 뒤로하고 현재까지 오로지 장애인 인권 등 공익을 위해 헌신해 왔다.
공익법단체 두루의 공익전문 변호사와 (사)장애인법연구회 사무국장 등을 맡아 소송, 연구, 집필, 입법 제안에 참여해 왔다. 이를 통해 장애인 권리 구제와 제도 개선에 관여해 왔다. 그의 활동은 단순한 법률 해석을 넘어, 법적 대응을 통해 사회적 장벽과 제도적 문제를 다뤄 온 과정으로 평가된다.
이 변호사의 큰 업적 중 하나는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확립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전까지 장애인의 시설 접근은 시혜적인 복지의 차원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끈질긴 법리 검토와 현장 조사 끝에,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상점에 출입하고 생활 편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단순한 편의 제공이 아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이자 신체의 자유와 결부된 헌법적 기본권임을 법정에서 증명해 냈다.
이 판결은 우리 사회의 물리적 장벽을 허무는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되었으며, 이후 편의점이나 소규모 점포의 경사로 설치 등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이른바 ‘서울판 도가니’로 알려진 인강원 사건의 해결을 지원하고, 시청각장애인의 영화 관람권 보장을 위한 차별구제 소송을 진행하는 등 장애인의 일상 속 작은 불편부터 제도적 문제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고 법의 심판대에 올렸다.
이 변호사의 수상 후보자 공적서류에는 이 외에도 90여 건에 이르는 개별 사안들의 노력과 성과가 빼곡이 소개되어 있었다.
2022년도부터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부산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아 지역 법조계 및 시민단체와 긴밀히 협력하며 지방도시에서는 매우 드문 '공익 전업 변호사'로 지역 사회의 소수자들이 겪는 고통에 직접 응답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장애인 권익뿐만 아니라 이주민, 아동, 빈곤층, 그리고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변호사라는 전문직이 가진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안정적인 삶을 뒤로하고 현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후배 법조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수상하기 10일 전에 셋째 아이를 출산했던 터라 겹경사를 맞기도 했는데 이번에 받은 상금은 더 단단한 공익법 생태계를 일구는데 쓰이도록 하는데 전액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남순변호사인권상은 한국의 대표적 인권운동가이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 대표로서 수습활동을 하다가 옥고를 겪으면서도 평생 불의에 저항하고 양심을 지켰던 故 홍남순 변호사(1912~2006)의 정신을 기리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로 이어나가기 위해 광주지방변호사회가 2018년도에 제정한 상이다.
다음은 수상자인 이주언 변호사와 인터뷰 내용이다.
▲ 셋째 아이 출산에 이은 홍남순 변호사 인권상 수상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하셨는데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사실 무척이나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홍남순 변호사님은 서슬 퍼런 시대에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인권의 보루가 되셨던 분입니다. '앞으로 그분의 정신을 잊지 말고 더 정진하라'는 엄중한 명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혼자가 아니라, 현장에서 함께 싸워준 당사자분들은 물론 활동가들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공익법의 길을 걷는 동료들을 대신해 받는 상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 장애인 접근권 소송을 통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내셨습니다. 판결 이후 우리 사회가 실제로 변하고 있다고 보시나요?
△ "법적으로 '접근권은 기본권'이라는 선언을 받아낸 것은 큰 진전입니다. 하지만 법전 속의 권리가 일상 속의 권리로 치환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여전히 50㎡ 미만의 소규모 점포들은 경사로 설치 의무에서 자유롭고, 휠체어를 탄 시민들은 외식 장소를 고를 때 맛집이 아니라 '턱이 없는 곳'을 먼저 검색해야 합니다. 법은 길을 열었지만, 그 길을 실제로 닦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인식과 행정의 속도입니다. 이제 막 첫 문턱을 넘었을 뿐입니다."
▲ 발달장애인의 참정권과 피성년후견인의 노동권에 주목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우리는 흔히 장애인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만 봅니다. 하지만 진정한 인권은 당사자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때 완성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투표소에서 누구를 뽑을지 결정하는 것, 일을 통해 자립을 꿈꾸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과 직결됩니다.
'판단력이 부족하니 권리를 제한해도 된다.'는 법적 장벽을 허무는 것이 저를 포함한 공익법 활동가들의 역할이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당사자분이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아서 투표하고 싶다'고 말씀하셨고, 실제로 투표를 무사히 마친 후 지어 보이신 그 뿌듯하고 환한 표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성년후견제도는 과거 금치산 제도보다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당사자의 의사결정을 '대신'하거나 직업 선택을 '제약'하는 등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제는 대신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성숙해져야 합니다. 이 과정에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꼭 필요합니다."
▲ 부산에서 활동하시는 유일한 공익 전업 변호사로서, 지역 사회의 인권 현안은 수도권과 어떻게 다른가요?
△ "지방에는 '절대적 자원'이 부족합니다. 수도권에는 공익법 단체도 많고 전문가 네트워크도 촘촘하지만, 지방은 사건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사가 발로 뛰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습니다. 하지만 지방의 지역사회는 당사자와의 거리가 가깝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골목 안의 차별, 지역의 이주노동자 문제 등 삶의 밀착된 문제들을 더 민감하게 포착할 수 있죠. '부산에서도 공익 활동을 하면서 먹고살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제 소명 중 하나입니다."
▲ 법이 때로는 기득권의 편처럼 느껴져 무력감이 들 때는 없으신가요?
△ "물론 많습니다. 공익 소송은 패소할 확률이 훨씬 높고, 판결 하나가 나오기까지 수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법을 '천천히 움직이는 거대한 바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제자리인 것 같아도, 우리가 계속해서 바퀴를 밀면 언젠가는 조금씩 전진합니다. 패소한 기록조차도 치열하게 싸운다면 다음 세대 변호사들에게는 싸움의 근거가 됩니다. 그 '기록의 힘'을 믿기에 멈추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공익 변호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 “무엇보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공익 활동의 본질은 '연대'에 있습니다. 당사자의 삶에 밀착하고, 시민사회와 호흡하며, 동료 변호사들과 마음을 나눠야만 지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어느 선배 변호사님이 제게 건네주신 '혼자서 천 걸음을 가기는 힘들지만, 천 명이 한 걸음씩 함께 가면 갈 수 있다'는 말씀이 늘 제 마음의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공익 변호사의 자리가 여전히 부족하고, 특히 지방의 여건은 더욱 척박한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소명이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는 것을 넘어, 지방에서도 공익 활동이 뿌리 내릴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일구는 것이라 믿습니다. 그 길은 결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고민하는 후배님들이 계신다면, 그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생태계의 지평을 넓히는 여정에 기꺼이 동참해 주시길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