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마운트워싱턴 인클라인 철로. 인클라인은 관광자원이자 대중교통 수단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한 승하차와 접근성 확보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피츠버그 마운트워싱턴 인클라인 철로. 인클라인은 관광자원이자 대중교통 수단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한 승하차와 접근성 확보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피츠버그대학교 SHRS(보건재활과학대학) ‘50주년 기념 우수동문상’ 시상식을 마친 뒤, 권 연구원과 이 선생과 함께 피츠버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인 마운트워싱턴의 인클라인을 타러 가기로 했다.

베이커리 스퀘어에서 버스 앱을 확인하니, 20m만 가면 있는 이스트 리버티역에서 P로 시작하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이 버스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이스트 버스웨이(Martin Luther King Jr. East Busway)를 달려 다운타운까지 논스톱으로 간다.

대학가와 병원이 밀집해 신호 대기와 교통 체증이 심한 오클랜드 지역을 완전히 우회해, 다운타운 동쪽 입구인 펜 스테이션(Penn Station) 승강장으로 바로 빠져나오는 노선이다.

우리는 P1 버스를 타고 스미스필드 스트리트(Smithfield St)에서 내렸다. 그 길을 따라 이동해 스미스필드 스트리트 브릿지를 도보로 건너자, 바로 앞에 모농가헬라 인클라인(Monongahela Incline) 하부역이 나타났다.

강철 케이블이 만든 하늘길

피츠버그 마운트워싱턴의 인클라인 궤도차가 급경사 철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인클라인은 관광자원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한 승하차와 접근성 확보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피츠버그 마운트워싱턴의 인클라인 궤도차가 급경사 철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인클라인은 관광자원이면서 동시에 시민들이 이용하는 대중교통 수단으로, 휠체어 이용자의 안전한 승하차와 접근성 확보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인클라인은 깎아지른 절벽에 놓인 궤도차다. 지면 기준 약 35도 경사각으로 하부역에서 상부역까지 철로 위를 오른다. 전기 모터가 강철 케이블을 끌어당겨 차량을 올리는 방식이다. 시속 9.3km로 193.5m를 올라가며, 2~3분이면 도착한다.

모농가헬라 인클라인은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운행되고 있는 가장 오래된 강철 케이블 기반 궤도차(Funicular)다. 19세기 중반, 가파른 알프스 산악 지형에서 궤도 케이블카를 발전시킨 스위스 기술의 영향을 받아 설계됐고, 현대화 과정에서도 스위스 삭도·케이블카 제작 전문 기업 가라벤타(Garaventa)의 구동계 제어 기술이 투입됐다.

좁은 궤도차는 2층 구조로, 23명이 탈 수 있다. 경사진 레일에 맞춰 옆면에 1층문과 2층문이 따로 있고, 2층 문 앞에는 자전거나 휠체어가 대기했다가 들어갈 수 있도록 접근성이 확보돼 있었다. 내릴 때도 경사로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동선을 따라 나가면 된다. 마지막 개찰구에서 스마트폰 버스 앱을 터치하니 1일권 버스티켓으로 결제됐다.

인클라인은 관광용 케이블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다.

1860년대 말, 모농가헬라 강 주변에는 제철소와 석탄 광산이 많았다. 그곳에서 일하던 독일계 이민 노동자들은 가파른 석탄 언덕(Coal Hill), 지금의 마운트워싱턴 꼭대기에 집을 짓고 살았다. 열악한 계단과 통로를 매일 오르내려야 했던 노동자들의 교통 불편을 덜기 위해 사업가 존 엔드레스(John Endres)가 유럽식 강철 케이블 궤도 기술을 도입했고, 1870년 5월 28일 피츠버그 최초의 인클라인이 공식 개통됐다.

초기에는 증기기관으로 케이블을 끌어올렸지만, 이후 전동식으로 전환됐다. 여객 수요가 늘면서 1964년 피츠버그 대중교통공사, 현재의 PRT가 인수해 오늘날까지 출퇴근 시민의 교통수단이자 주요 관광자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마운트워싱턴에서 내려다본 도시

마운트워싱턴에서 내려다본 피츠버그 다운타운. 세 개의 강과 철교, 고층 빌딩이 어우러져 피츠버그의 도시 풍경을 이룬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마운트워싱턴에서 내려다본 피츠버그 다운타운. 세 개의 강과 철교, 고층 빌딩이 어우러져 피츠버그의 도시 풍경을 이룬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인클라인을 타는 이유 중 하나는 알프스풍의 빨간 궤도차가 주는 스릴이다. 올라갈 때는 하늘로 깔린 듯한 급경사의 철로를 올려다보게 되고, 내려올 때는 낭떠러지로 떨어져 내려가는 듯한 아찔함을 느끼게 된다.

상부역에서 내려 오른쪽 인도를 따라가면 피츠버그 다운타운과 외곽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이어진다. 이곳이 마운트워싱턴이다.

우리말로 하면 ‘워싱턴산’이지만, 산이 많은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높은 언덕에 가깝다. 조금 더 걸어가면 모농가헬라강과 알레게니강이 만나 서쪽으로 흐르는 오하이오강이 보인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에는 삼각형 모양의 포인트파크가 있다. 독립기념일이면 불꽃놀이가 열리는 피츠버그의 상징적 공간이다.

공원에서부터 두 강 사이가 벌어지며 빌딩이 빼곡한 다운타운이 펼쳐지고, 강을 따라 오래전 만들어진 수많은 철교들이 이어진다. 한때 미국 최대의 공업도시이자 세계적 철강도시였던 피츠버그의 잔영이 그 풍경 속에 남아 있었다.

이 선생과 권 연구원은 언덕 위에서 탁 트인 전경과 시원한 공기를 만끽하며 연신 스마트폰으로 풍경을 담았다. 그런데 이 전망 좋은 마운트워싱턴의 절벽 위 식당들이, 문득 20년 전 기억으로 나를 데려갔다.

20년 전, 결혼기념일의 아찔한 순간

피츠버그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포닥으로 있을 때였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와 마운트워싱턴의 전망 좋은 식당을 예약하고, 식당과 가까운 듀케인 인클라인을 탔다.

듀케인 인클라인은 모농가헬라 인클라인보다 오하이오강 쪽으로 1.6km 정도 떨어져 있다. 두 상부역을 잇는 그랜드뷰 애비뉴(Grandview Ave)는 절벽을 따라 다운타운 전경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대표 전망 산책로다.

아내와 나는 궤도차 2층에서 인클라인의 짜릿함을 즐기며 올라갔다. 그런데 상부역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내리려는 순간, 플랫폼 바닥이 궤도차 바닥보다 약 5cm 낮았다. 전동휠체어로는 그대로 나갈 수 없었다. 자칫 잘못 내려가면 2층 플랫폼에서 1층 플랫폼까지 떨어질 것 같았다.

내리지 못하고 소리를 치자, 역무원과 기술자가 급히 달려왔다. 강철 케이블이 조금 더 감기면서 차량이 기준 위치보다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당시 듀케인 인클라인 상부역은 보존 문화재라는 이유로 장애인 무단차(Level-boarding) 승강장 개선이 모농가헬라보다 더디게 진행되던 시점이었다. 모농가헬라 인클라인은 대중교통으로 지정돼 제어계와 차량 현대화가 비교적 일찍 이뤄진 반면, 듀케인 인클라인은 1877년 개통 당시의 원형을 보존하는 역사박물관 성격의 비영리 보존회가 운영해 왔다.

듀케인은 모농가헬라보다 선로 길이가 50m 이상 더 길고, 높이 차이도 더 크다. 케이블이 길수록 고중량 하중에 따른 탄성 신장도 커진다. 여기에 듀케인 인클라인의 궤도차는 수공예 단풍나무와 목재 구조로 되어 있어, 금속 프레임보다 고중량이 가해졌을 때 차량 바닥과 하부 프레임의 국소 변형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었다.

결국 20년 전 결혼기념일에 겪었던 그 아찔한 순간은 더 긴 케이블, 목재 차량의 하중 처짐, 19세기형 기계식 구동계의 유격, 과도기적 승강장 구조가 고중량 전동휠체어라는 조건과 만나 발생한 사건이었다.

김종배 교수가 피츠버그 마운트워싱턴 전망대에서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동행한 권 연구원과 기념촬영한 모습. 이번 글은 인클라인을 통해 오른 마운트워싱턴에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대중교통 접근성, ADA의 의미를 되짚는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김종배 교수가 피츠버그 마운트워싱턴 전망대에서 다운타운을 배경으로 동행한 권 연구원과 기념촬영한 모습. 이번 글은 인클라인을 통해 오른 마운트워싱턴에서 장애인의 이동권과 대중교통 접근성, ADA의 의미를 되짚는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ADA가 만든 책임의 무게

사지마비 장애인으로서 나는 프리미엄 전동휠체어, 자가운전 시스템, 다양한 맞춤형 보조기기로 무장해 세계를 누비고 있다. 하지만 어떤 돌발사고가 날지, 어떤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지는 늘 알 수 없다.

그날 모처럼 결혼기념일을 즐기려던 아내는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한국에서도 아내는 이런 일을 수없이 겪었다. 턱 하나 때문에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예상치 못한 단차 앞에서 발길을 돌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미국이라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1990년 7월 ADA법이 공표되면서, PRT 같은 미국 내 공공 대중교통 기관은 장애인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 제공 실패를 민사상 인권 침해이자 불법 차별 행위로 다루게 됐다.

ADA Title II, 즉 공공 서비스와 대중교통 규정에 따라 대중교통 시설은 휠체어 사용자가 안전하게 승하차할 수 있는 수평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단차로 인한 낙상 사고는 중대한 과실로 이어질 수 있고, 큰 손해배상 책임이 뒤따른다.

만약 당시 100kg이 넘는 전동휠체어와 내가 단차 때문에 추락했다면, 그것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법적 기준 미달과 위험 방치에 따른 연방법 위반 사고가 될 수 있었다. ADA 위반 소송은 개인 손해배상뿐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비용 부담까지 동반한다. 현장 책임자에게도 해고와 법적 책임이 걸린 심각한 사안이 된다.

다행히 역무원과 기술자는 진땀을 흘리며 케이블 위치를 조정했고, 플랫폼과 차량 바닥의 단차를 맞췄다. 역장은 우리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나와 아내는 놀란 표정을 감추고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데 단정한 정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역장은 거기서 끝내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들어간 식당까지 따라와,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많이 놀랐던 아내와 나는 괜찮다고, 수고하셨다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는 끝까지 우리 곁에 머물렀고 결국 우리가 떠날 때까지 배웅했다.

그 모습은 한 인간으로서의 미안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ADA 체계 아래에서 접근성 사고가 가져올 법적·사회적 책임을 몸으로 알고 있는 미국 사회의 단면이기도 했다.

인클라인 궤도차 2층 내부.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차량과 승강장 사이의 작은 단차도 중요한 안전 문제가 된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법은 많지만, 효력은 다른 나라

한국에도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있다. 법은 있다.

그러나 미국법은 접근성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장애인 개인이나 단체가 직접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막대한 손해배상이 뒤따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과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시설을 고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반면 한국법은 개인이 소송을 통해 실질적인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고, 행정관청의 소액 과태료 처분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거나 면제 요건을 활용하는 편이 더 이득이 되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미국을 가기 전이나, 25년이 지난 지금이나, 맛집 하나 편하게 가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전화까지 해도 주말에 가족과 함께 마음 편히 식사할 곳을 고르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그날 우리는 마운트워싱턴의 오래된 수제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들었다. 시원한 풍경을 즐기고, 20년 전 아내와 내려왔던 길처럼 모농가헬라 인클라인을 타고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으로 내려왔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이 단지 입법 실적을 위한 문장으로만 쌓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애인과 그 가족의 불안을 실제로 덜어주고, 누구나 안전하게 이동하며 시원한 풍경을 즐길 수 있게 하는 법. 그런 실효력 있는 입법이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