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시가 설치한 영주호 오토캠핑장의 카라반의 모습
영주시가 설치한 영주호 오토캠핑장의 카라반의 모습

경북 영주시 평은면 영주호 주변에 ‘영주호오토캠핑장’이 있다. 소나무 숲과 영주호의 수려한 경관에 둘러싸인 이곳은 영주시가 자랑하는 체류형 관광시설 가운데 하나다. 3만여 평의 넓은 부지에 23동의 카라반과 5동의 캐빈하우스, 130면에 이르는 사이트를 갖추고 있다. 관리동과 매점은 물론 물놀이장과 농구장 등 체육시설, 잔디광장, 야외무대, 산책로까지 조성돼 있어 단순한 캠핑장을 넘어 하나의 종합적인 휴양관광단지에 가깝다.

주변에는 용혈폭포와 무섬마을, 영주댐, 물문화관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따라서 영주를 찾는 관광객이 이곳에서 숙박하면서 주변 관광지를 둘러보기에도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구나 이곳은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만든 민간 캠핑장이 아니다. 영주시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약 134억 원의 공공재원을 투입하여 2016년에 준공했고, 현재 영주시 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공공시설이다. 민간업체가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시설의 본질적인 성격은 시민을 위해 조성된 공공 관광시설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필자가 직접 현장을 취재하면서 뜻밖의 사실을 확인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숙박할 수 있는 카라반이나 캐빈하우스 등 이동식숙박시설이 단 한 동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시설의 주출입구에는 3~4개의 계단이 놓여 있었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접근로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비장애인에게는 고작 몇 개의 계단일 수 있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에게 계단 하나는 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장벽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를 갖추고 최신 숙박시설을 설치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입구부터 들어갈 수 없다면 휠체어 이용자에게 그 시설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더욱 아쉬운 것은 최근에도 새로운 시설을 도입하면서도 이러한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주시는 금년도 상반기 기존 카라반에 더하여 고양이·상어·거북이·토끼·호랑이 등을 형상화한 동물형 카라반 8동을 새롭게 도입했다.

영주시(소관부서: 도시건설국 영주호개발과)는 지난 4월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영주호오토캠핑장을 ‘자연 속 휴식 명소’로 도약시키기 위해 이동식 숙박시설을 교체하여 더욱 쾌적한 캠핑장으로 단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적이 있었다.

영주호 오토캠핑장 캐빈하우스의 모습, 주출입구가 모두 계단이라서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영주호 오토캠핑장 캐빈하우스의 모습, 주출입구가 모두 계단이라서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영주호 오토캠핑장 동물모양 카라반의 모습, 최근 도입한 시설임에도 주출입구가 모두 계단이라서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영주호 오토캠핑장 동물모양 카라반의 모습, 최근 도입한 시설임에도 주출입구가 모두 계단이라서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노후시설을 새것으로 바꾸고 관광객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시설을 새로 만들고 교체하면서도 휠체어 이용자가 들어갈 수 있는 시설 하나를 만들지 않았다면 무엇을 위한 시설 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접근성 개선이 반드시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장애인용 카라반이나 캐빈하우스를 별도의 특수시설처럼 만들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주출입구에 계단 대신 단차 없는 접근로를 만들고, 실내에 휠체어 출입과 회전이 가능한 공간만 확보해도 카라반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90%는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설은 장애인만 이용하는 시설이 아니다. 다리가 불편한 노인도 편하고, 일시적으로 목발을 사용하는 사람도 편하며, 유모차를 끌고 온 가족이나 무거운 짐을 옮기는 사람에게도 편리하다. 이것이 바로 유니버설디자인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더욱이 영주호오토캠핑장은 산비탈이나 급경사지에 만들어진 시설도 아니다. 필자가 현장을 살펴본 바로는 캠핑장 대부분이 비교적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자연지형 때문에 휠체어 접근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최소한 일부 숙박시설만이라도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도록 적절한 접근로를 설치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설이 되었을 것이다.

다른 지자체가 운영하는 오토캠핑장의 경우 관광약자를 배려하는 시설은 얼마든지 많다. 울산의 강동오토캠장, 강릉 연곡해변오토캠핑장, 주왕산국립공원 오토캠핑장, 안상 화랑유원지 캠핑장 등이다. 이곳들이 모든 시설을 무장애로 꾸민 것은 아니지만 일부 시설에서나마 관광약자를 고려한 것은 다른 지자체가 본받아야 할 좋은 사례다.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춘 다른 지자체 카라반의 모습, 울산 강동오토캠핑장(상단좌측), 강릉 연곡오토캠핑(상우), 주왕산국립공원오토캠핑장(하좌), 안산 화랑유원지(하우).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춘 다른 지자체 카라반의 모습, 울산 강동오토캠핑장(상단좌측), 강릉 연곡오토캠핑(상우), 주왕산국립공원오토캠핑장(하좌), 안산 화랑유원지(하우).

문제는 시설보다 인식에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관광은 비장애인만의 여가생활이 아니다. 장애인도 가족과 여행을 떠나고, 캠핑을 즐기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공공재원으로 조성한 관광시설에서조차 장애인은 숙박시설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면 ‘모두를 위한 관광’이라는 말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이는 결국 법률에서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행위로 볼 수 있는 사안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는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차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면서,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시설·설비 등의 수단과 조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영주호오토캠핑장의 문제는 단순히 ‘장애인 편의시설이 조금 부족하다’는 정도로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공공재원이 투입되고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관광시설을 누가 이용할 수 있고 누가 이용할 수 없는가 하는 공공성의 문제이자 장애인의 관광권과 평등권에 관한 문제다.

특히 영주시가 앞으로 노후 카라반을 순차적으로 교체할 계획이라면 지금이 오히려 좋은 기회다. 이미 만들어 놓은 시설을 나중에 뜯어고치는 것보다 교체 단계에서 처음부터 접근성을 반영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다.

그런데 이곳에는 또다른 문제점이 있었다. 캠핑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횡단보도가 있다.  횡단보도를 설치하려면 일반보도와 횡단보도를 연결하는 부분은 반드시 턱낮추기를 해야 한다. 법령상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다. 그렇지 않으면 휠체어 이용자는 통행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곳의 횡단보도는 턱낮추기가 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극히 기본적인 법령사항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새로 설치하는 카라반과 캐빈하우스 가운데 일정 수를 휠체어 이용자가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기존 시설도 가능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개선하면 된다. 나아가 주차장에서 숙박시설, 관리동, 매점, 화장실, 산책로와 각종 편의시설까지 이동 동선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장애인 전용 시설 하나를 만들어 주는 것’에서 생각을 멈춰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별하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공공시설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이용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영주호의 아름다운 자연은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구별하지 않는다. 호수 위로 부는 바람도, 소나무 숲의 향기도, 저녁노을도 사람을 가려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이 만든 계단 몇 개가 그 자연을 누릴 사람과 누리지 못할 사람을 갈라놓고 있다.

영주시는 영주호오토캠핑장의 접근환경을 조속히 점검하고 개선하기 바란다. 앞으로 새로 도입하거나 교체하는 모든 시설에는 장애인과 노인, 임산부, 어린이와 유모차 이용자 등 누구나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디자인 개념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자연 속 휴식 명소’라는 이름에 걸맞으려면 시설이 새롭고 화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영주호오토캠핑장은 진정한 의미에서 모두를 위한 힐링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영주호오토캠핑장 진입로 횡단보도, 턱낮추기를 하지 않아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하다.
영주호오토캠핑장 진입로 횡단보도, 턱낮추기를 하지 않아 휠체어 통행이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