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연주가 피아노 반주와 함께 하기 위해서는 피아노 반주 소리를 ‘들으면서’ 박자를 맞출 수 있어야 하는데, 소리를 듣지 못하기에 쉽지 않다. 박자와 리듬을 잘 연주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악보를 제대로 읽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담사진실 이관석 작가[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그동안 첼로 연주회를 준비할 때마다 피아노 반주가 함께 했다. 그런데 피아노 반주자와는 대부분 연주회 당일 리허설에서 맞춰보고 바로 실전에 들어갔을 뿐, 몇 번 만나서 맞춰보고 하는 시간을 가져보지 않았다.
거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는 기자가 시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피아노 반주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피아노 반주가 함께해도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기자는 하던 대로 첼로 연주를 하고, 피아노 반주는 기자의 첼로 연주에 맞춰서 반주를 했다.
그런데 다가오는 박관찬스토리센터 개업 기념 음악회(2025년 2월 26일 19:30, 삼모아트센터 라비니아홀)는 피아노 반주자와 서너 번 만나서 맞춰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더 좋은 연주, 더 잘 맞는 연주를 준비하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자에게도 큰 도전의 시간들이 되고 있다.
첼로와 피아노가 함께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박자’다. 일정한 박자와 리듬에 맞게 연주한다면 아무 문제 없고, 심지어 기자가 피아노 소리를 듣지 못하더라도 박자만 정확하게 맞춰 연주한다면 무난하게 좋은 연주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선지에 그려진 음표들을 저시력으로는 온전하게 보면서 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악보의 계이름을 따로 큰 글자로 적어서 그걸 보고 외운 뒤 연주를 한다. 계이름마다 몇 박인지 표시해 두고, 그 표시까지 다 외워서 연주를 했던 게 지금까지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맞추는 과정을 통해 분명한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오선지에 그려진 악보는 음표뿐만 아니라 피이노, 포르테, 크레센도 등 다양한 기호들이 존재한다. 그런 기호들과 함께 악보 전체를 봐야 흐름을 이해하고 박자와 리듬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연주할 수 있는데, 순수하게 계이름과 그 계이름이 몇 박인지를 적은 악보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것이다. 음표의 계이름 외에 쉼표를 따로 표시하지 않았던 게 어쩌면 박자를 맞추기 어려운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한계를 분명하게 느끼고 부랴부랴 악보를 독서확대기로 집중적으로 보면서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피아노 반주자와 맞춰가는 이 과정들이 즐겁고 재밌다. 늘 ‘혼자’만 연주하며 거기에 대한 만족을 얻었던 것과는 다르게 ‘함께’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도전이고 첼로 연주 과정에서 어떤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또 한편으로는 마음속에서 미친듯이 궁금증이 밀려오는 걸 주체하지 못할 때가 있다. 바로 첼로와 피아노가 함께 할 때 어떤 소리가 나는지에 대한 알고싶음이다. 박자를 잘 맞춘 부분은 어떤 소리가 나는지, 잘못 맞춘 부분은 어떻게 들리는지, 또 첼로가 어느 특정 부분을 연주할 때 피아노는 어떻게 연주해서 그로 인한 하모니가 어떻게 연출되는지 나는 소리들이 너무너무 궁금하고 듣고 싶어진다.
그 소리들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마음 한 켠에 조금은 슬프고 아쉬운 감정이 밀려든다. 그래도 시청각장애가 있기에 첼로라는 악기를 안을 수 있게 된 만큼 슬프고 아쉬움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감정을 더 많이 가져보려 한다.
이러한 시도와 과정, 감정들이 아우러진 음악회는 또 어떤 자리가 될지, 첼로와 피아노 연주자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을 관객들은 또 어떤 감정으로 감상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