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에 따라 활동지원사가 식사를 지원해줄 경우 거기에 들어가는 식비를 장애인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는데, 그 부분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고민하는 이용자도 있다. ©박관찬 기자-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중 드는 식비와 교통비는 모두 이용자 부담
- 점심시간을 지원해주면 휴게시간을 따로 제공해야 하는 문제도 고민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요즘 민수(가명) 씨는 남몰래 속앓이를 하고 있다. 활동지원사와 식사를 하러 가면 활동지원사의 식비도 그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 때문에 하루가 다르게 경제적인 부담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활동지원사와 동행하지 않고 혼자 식당에 가자니 시각장애가 있어서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도, 음식 구분도 어렵다.
민수 씨는 “솔직히 한두 번 정도는 제가 (활동지원사의) 식비를 내도 상관없는데, 함께 식사할 때마다 매번 부담해야 된다는 건 좀 아닌 거 같다”면서 “같이 식당에 가서 주문하고 메뉴가 나오는 것까지만 지원해주고, (활동지원사는 식사를 하지 않고) 휴게시간을 가지라고 하는 것도 뭣하다”고 말끝을 흐렸다.
장애인 활동지원 지침에 따르면, 장애인이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시간에 식사를 하거나 어딘가를 향해 함께 이동할 때 등 소요되는 식비와 교통비는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사의 몫까지 부담하게 되어 있다. 장애인이 혼자서 식사나 이동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활동지원사로부터 지원을 받는 건 당연하지만, 그 과정에서 활동지원사에게 드는 식비와 교통비를 장애인 이용자가 고스란히 부담해야 한다는 것인가.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A 씨는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주문과 메뉴 세팅 정도만 지원해주면 식사는 스스로 가능한데, 그 ‘몇 분’의 지원시간 때문에 활동지원사의 식비까지 이용자가 부담하기엔 아까운 마음이 들 것 같다”면서 “반면 장애정도가 심해서 식사를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지원이 필요한 이용자는 활동지원사가 제대로 식사할 시간이 모자라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장애 정도에 따라 (식비 부담에 대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라는 전제를 단 A 씨에 따르면, 전신마비가 있는 장애정도가 심한 이용자는 식사를 할 때 활동지원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식사시간 내내 활동지원사가 꼭 옆에 있어야 하므로 여기에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활동지원사의 식비를 이용자가 부담하는 게 맞다. 하지만 식사시간에서 ‘단 몇 분’만 지원을 하고 식사 자체는 스스로 가능한 장애인 이용자의 경우도 이용자가 활동지원사의 식비를 부담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고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점심시간 따로, 휴게시간 따로?
은숙(가명) 씨는 최근 근로지원인과 언쟁을 벌였다. 근로지원인이 점심시간과 별개로 근무시간 중에 ‘휴게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은숙 씨가 점심시간에도 식사지원을 필요로 하는 바람에 정작 근로지원인은 휴게시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은숙 씨의 근무 시간 중에 따로 휴게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은숙 씨는 “근로지원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제 근무시간에 근로지원인이 휴게시간을 가지고 딱 그 시간에 저한테 근로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하란 말이냐”면서 “그래서 요즘은 점심시간에 동료 직원에게 지원을 부탁하고 근로지원인과는 식사를 같이 안 하는 대신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활용하게 했다”고 했다.
이어 은숙 씨는 “저는 근로지원인이 있어도 최대한 제 업무를 제가 처리하려는 의욕이 있기 때문에 근로지원인으로부터의 지원은 최소한으로 받는 편이다”면서 “이런 말은 제가 공과 사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래서 근로지원인은 8시간의 근무시간 중 여유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점심시간에 좀 지원해줘도 그걸 휴게시간으로 활용해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민수 씨와 은숙 씨의 사례를 접한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는 “양쪽에서 조금이라도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고 싶어서 생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근로지원인이나 활동지원사라는 인력의 존재가 장애인에게 분명히 큰 도움은 되지만, 식비나 휴게시간 등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