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7개 단체는 29일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접근권 완전 보장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1차 소송 접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휠체어 이용 장애인 200명이 “장애인 접근권 침해는 국가 책임”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시작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등 7개 단체는 29일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장애인 접근권 완전 보장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1차 소송 접수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장연에 따르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17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식당이나 편의점 등 기본적인 생활 편의 시설도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 면적을 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 예외 조항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 장기간 개정되지 않아 장애인의 편의시설 접근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1인당 10만 원씩 장애인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파출소 앞에 붙여진 '거리의 턱을 없애주십시오' 스티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는 오랜 시간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장애인등편의법이 처음 시행될 당시 급격한 변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을 줄이고 소규모 소매점 운영자의 어려움을 고려해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 시설의 범위를 좁게 정할 정책적 필요가 있었지만, 이후 행정청이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있는 소규모 소매점의 범위를 확대해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행정 입법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도 장애인은 편의점, 식당 턱 앞에 가로막히고 있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는 50㎡(약 15평) 이상의 시설에만 편의시설을 의무화하고 그마저도 법 시행 전 건물에는 적용되지 않는 편의시설 설치 의무 예외 조항이 그대로 있기 때문이다.
이에 200명의 장애인 원고인단은 대법원이 선언한 장애인 접근의 권리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집단소송을 시작하며, 정부에 6차 편의증진 국가종합 계획에 예외 조항 폐지 계획 반영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상 예외 조항 즉각 폐지를 요구했다.
29일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개최된 ‘장애인 접근권 완전 보장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1차 소송 접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승권 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 사건의 원고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유승권 공동대표는 “얼마 전 외국인 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린 사건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과 폭력은 중대한 범죄다’라고 발언했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접근권을 침해하고 있는 이 현실 또한 중대한 범죄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는 이 더위에 생수 한 병 사려고 해도 편의점 몇 곳을 돌아다녀야 겨우 살 수 있을까 말까 한다. 배가 고파 식당에 가려다가도 턱을 넘을 수 없어 음식 냄새만 맡고 돌아서기도 한다”면서 “이제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장애인 접근권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모든 시설을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이공 정제형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대한민국이 시행령 일부 조항을 개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50㎡라는 제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은 이 시행령으로 인해 원고들이 1998년 만들어져 2022년 개정될 때까지 24년이 넘는 시간동안 피해를 봤던 접근권 미보장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또 원고들이 그동안 포기했던 일상을 위로받고 국가가 시행령 조항에서 예외 조항을 자꾸 만들어 모든 생활 영역에서 장애인 접근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자 함이다. 접근권은 장애인에게 예외가 될 수 없고 지연될 수 없는 권리다. 이 소송을 통해 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하며 국가도 책임 있는 자세로 이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자회견 직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파출소의 계단을 내리치는 퍼포먼스하고 있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들 단체는 기자회견 직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파출소의 계단을 내리치는 퍼포먼스를 통해 건물 앞 계단이 장애시민의 접근성을 저해하며 기본권을 해치고 있다고 알렸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이곳은 시민 누구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파출소다. 하지만 이 파출소에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도움을 청할 수가 없다. 어떻게 공공기관조차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게 경사로도 없이 계단만 놓고 있는 것인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장애인도 시민으로서 이 파출소에 도움을 청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왜 이 계단 때문에 장애인은 파출소 문 앞에서 멈춰야 하는가. 계단 때문에 장애인이 들어갈 수도 없다면 이 곳을 파출소라고, 공공기관 건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계단 때문에 장애 권리가 침해당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국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외쳤다.
한편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국정기획위원회에 요구안을 전달했으며, 장애인 접근권 완전 보장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 상대 손해배차 소송은 이번 주 내로 접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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