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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근무시간에 왜 제 카드로 결제하면 안 되나요?”2025-08-0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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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무시간에 왜 제 카드로 결제하면 안 되나요?”

활동지원사가 서비스 제공 시작과 종료를 위해 결제하는 단말기.서비스 제공 시작과 종료를 위해 결제하는 단말기. ©박관찬 기자
  • 활동지원사의 근무시간에 개인카드로 결제하면 부정수급이 될 수도
  •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의 제도적 개선 필요

활동지원사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선영(가명) 씨는 근무하면서 지켜야 할 ‘규칙’들에 대해 여간 불만이 가시질 않는다고 한다. 마음 편하게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싶어도 잘못하면 부정수급이라는 구덩이에 빠지게 될까 봐 신경써야 되는 게 한둘이 아니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선영 씨는 “활동지원사로 근무하고 있는 시간 동안에는 활동지원사의 카드로 무언가 결제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활동지원서비스 기관에서 주의를 주더라”면서 “근무 중일 때 카드 결제한 곳과 근무 중인 장소가 다를 경우 ‘부정수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선영 씨에 의하면. 활동지원사로 근무를 시작할 때 이용자의 바우처카드와 선영 씨의 바우처카드를 단말기에 결제해서 근무를 시작한다. 단말기에 결제를 하게 되면서 기록되는 ‘위치’가 이용자의 집이거나 사회활동지원을 위한 특정 장소인데, 이 근무시간 중에 선영 씨가 개인카드(신용‧체크카드 포함)로 결제를 했을 때 찍힌 장소가 근무를 시작할 때 결제했던 특정 장소와 다른 위치라면 부정수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영 씨는 “활동지원사 교육을 받을 때 활동지원사나 이용자가 서로의 바우처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절대 안 되고, 각자의 바우처카드는 본인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부정수급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는 이해하겠는데, 한편으로는 제가 어디에 있는지 감시받는다거나 동의 없이 카드결제내역 등을 조회받는 것 같아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가 같이 있지 않고 장애인 이용자나 활동지원사 중 한 사람이 장애인 이용자의 바우처카드와 활동지원사의 바우처카드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실제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 않은 시간에 두 장의 바우처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단말기에 임의로 결제함으로써 부정수급을 하는 것이다.

만약 장애인 이용자가 본인과 활동지원사의 바우처카드를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단말기에 결제하고 있는 시간 동안, 장애인 이용자와 같이 있지 않은 활동지원사가 다른 곳에서 본인의 개인 카드로 어떤 결제를 하면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정작 활동지원사는 다른 지역에서 결제한 기록이 있으니 부정수급의 의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영 씨는 “부정수급을 방지한답시고 활동지원사가 근무시간에 개인카드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솔직히 좀 아닌 것 같다”면서 “근무시간에 장애인 이용자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될 경우, ‘근무시간’이라는 이유로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지원사의 식비까지 다 부담하는 것도 너무 그렇다. 활동지원사도 한번씩 장애인 이용자를 대접하고 싶을 수도 있는데, 그럴려면 개인카드를 사용해야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의 코디네이터 A 씨는 “사실 기관마다 부정수급을 확인하는 방식이 다른 걸로 아는데, 전화해서 (같이 있는지) 확인하기도 하고 화상통화를 해서 확인하기도 한다”면서 “개인카드를 사용하지 마라는 건 어찌 보면 활동지원사의 인권 침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부정수급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밝혔다.

이어 A 씨는 “기관마다 부정수급 확인 방법이 다르면 활동지원사마다 불만이 있을 수 있는데, 사실 이러한 부정수급 확인 방법이 다른 것보다 현재의 단말기 결제 시스템이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결제 자체부터 부정수급의 위험을 미리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구조적 개선을 하면 이런 불만이나 아쉬움은 지금보다 훨씬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현행 활동지원서비스는 활동지원사가 근무를 시작할 때 장애인 이용자로부터 바우처카드를 건네받아 단말기에 결제하고 또 본인(활동지원사)의 바우처카드로도 결제한다. 그리고 1일 8시간 근무일 경우 4시간 근무 후 중간에 1시간의 휴게시간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때 4시간 근무 시점에서 다시 장애인 이용자로부터 바우처카드를 건네받아 결제하고, 뒤이어 활동지원사의 바우처카드로 결제해서 4시간 근무를 ‘종료’한다.

1시간의 휴게시간이 끝나면 다시 장애인 이용자로부터 바우처카드를 건네받아 결제하고 활동지원사의 카드로 결제해서 근무의 ‘시작’을 기록한다. 그렇게 4시간의 근무가 끝나면 같은 방법으로 결제해서 총 8시간의 결제를 종료하게 된다.

A 씨는 “솔직히 활동지원서비스 코디네이터로 근무하는 입장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정말 ‘정직하게’ 이런 시스템을 지키면서 근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꼭 활동지원사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근로자들도 근무시간에 오로지 근무만 하는 게 아니라 잠깐 쉴 수도 있고, 점심시간이 휴게시간인 경우가 많은데 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이라도 장애인 이용자의 장애 정도가 심하면 식사지원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현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A 씨는 “활동지원서비스라는 제도가 존재하는 건 자립생활을 영위하는 장애인들에게 분명히 좋은 제도지만, 제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문제투성이인 게 사실”이라며 “장애인 이용자도, 활동지원사도 만족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제공할 수 있도록 정말 근본적으로 제도의 게선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활동지원사가 서비스 제공 시작과 종료를 위해 결제하는 단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