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버스 압구정 선착장 진입로의 모습, 과도한 기울기는 휠체어 통행시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서울시가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의 승선장 접근 시설이 휠체어나 실버카 등을 이용하는 교통약자들에게는 이용편의는커녕 매우 위험한 시설인 것으로 드러났다. 승선장과 연결통로를 잇는 경사로의 기울기가 법정 기준을 현저히 초과하여 설치되면서, 휠체어 이용자의 진입이 어렵거나 전복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본 기자가 한강버스 터미널 8곳 중 4곳(여의도, 망원, 압구정, 잠실)의 승선시설에 대한 현장 취재 결과, 4곳 모두 법령이 정한 경사로 안전 기준을 크게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버스의 각 터미널은 강변의 육지에서 한강의 수면에 설치된 선착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이를 잇는 2개의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각 통로(4곳의 여객시설에 대한 총 8개의 통로)의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법정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은 하나도 없었으며, 대부분 3~4배 이상을 초과하였고 최고 5배 가까이 초과한 곳도 확인되었다.
한강버스 여객시설(승선장) 진입로의 과도한 기울기로 휠체어가 올라가기 어렵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제2조 제1항 별표1의 “2.여객시설 〉마.경사로 〉2)기울기 〉가)”에 의하면 “경사로의 기울기는 12분의 1 이하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12을 각도로 환산하면 약 4.8도가 된다.
그러나 한강버스 승선장 진입로의 경사로는 13도에서 최고 23.4도까지 나왔다. 이 정도의 급경사는 수동 휠체어뿐만 아니라 무게중심이 무거운 전동 휠체어조차 진입 시 뒤집어질 수 있는 아찔한 각도다. 즉,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시설'인 셈이다.
4곳의 한강버스 승선장 진입로 기울기를 측정한 결과 모두 법정 허용치를 현저히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강버스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교통 편의와 한강 르네상스를 위해 민간 자본을 포함해 1,500억원(이중 서울시 부담은 7개 선착장 하부 공사비 212억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여 조성한 최신 시설이다. 작년 9월부터 일부구간에 대한 운항을 시작했고 금년 3월에 마곡에서 잠실까지 8개 지역 전 구간에 대한 운항을 시작했다. 개장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공공 인프라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시설의 기본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은 설계·시공·검수 과정 전반의 관리 부실을 보여준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지체장애인 관계자는 “기울기가 20도가 넘는 경사로는 비장애인이 걸어 내려오다 미끄러져 넘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도움을 줄 활동지원사가 동행하더라도 휠체어 무게를 통제하기가 불가능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공공시설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것에 깊은 실망감을 느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작년 9월에 운항을 시작한 한강버스 터미널 옆에는 수십년 전부터 운항하던 민간 유람선 터미널이 있다. 그런데 민간 터미널은 오래된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승선장 진입로는 단차나 경사로 없이 수평 통로를 유지하고 있어 휠체어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그대로 진입할 수 있다.
최신 공공시설이 수십년 된 민간시설보다 못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 확인된 4곳의 승선장 진입로의 구조와 재질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아 같은 회사에서 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설계·시공·감리·준공검사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왜 걸러지지 않았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철저히 조사하여 관련 공무원과 시공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문제 제기에 서울특별시 미래한강본부 수상교통사업과에서는 “한강버스 선착장 중 법정 기준 미준수 구간에 대한 실태를 파악 중이며, 시설개보수 예산이 확보되지는 않았으나 금년 중 예산 확보 후 접근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공 잘못으로 국민의 혈세를 또 낭비하게 생겼다.
서울시는 당장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설계하고 시공한 회사에도 반드시 책임을 물어 공공시설을 시공하는 회사들이 다시는 이러한 잘못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시공상 하자가 확인될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하자보수와 손해배상 책임도 철저히 물어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작년 3월에 한강버스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총 126쪽에 걸친 보고서를 낸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공개된 감사보고서에는 선착장 이동편의시설의 교통약자법상 기준 적합 여부에 관한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 공공시설에 대한 사업에서 교통약자 등을 위한 법적 준수 여부는 시행기관과 시공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감사원 등 사후에라도 관계되는 모든 국가기관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장애인이 공공시설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없도록 방치한 현 상황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의하면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에도 장애인 차별행위에 해당하며, '정당한 편의'란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 설치 등 제반 조치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누구나 안전하고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최신 공공시설이 장애인에게 위험한 시설로 인식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행정과 관리의 실패다. 한강은 모든 시민의 공간인 만큼, 그 위를 운항하는 한강버스 역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민에게 안전하게 열려 있는 교통수단이 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문제 구간을 신속히 개선하고, 설계·시공·검수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조사해 필요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시민의 안전과 장애인의 이동권은 사후 보완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교통을 설계하는 첫 단계부터 보장돼야 할 기본 원칙이다.
승선장과 선박이 연결된 통로도 기울기가 가파른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