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현 전문기자.
조봉현 전문기자.

얼마 전 본지 포토뉴스를 통해 전국에서 매우 드물게 휠체어 접근시설을 갖춘 울산의 강동오토캠핑장의 모범사례를 소개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정반대 사례다. 공·민영 가릴 것 없이 전국 대부분의 카라반 시설이 장애인 접근성 문제로 관광약자들의 원성이 높다. 그 중에서도 경기도 연천군이 한탄강 관광지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최악이다.

한탄강관광지 오토캠핑장은 캐빈하우스 16동, 카라반 32동, 캐릭터카라반 2동, 이렇게 총 50동이나 운영 중이다. 그 외 노지 야영장도 95개나 갖추고 있다. 국내 3대 캠핑장이라 할 만큼 대규모다. 과거 국민관광지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카라반 등 실내 시설을 갖춘 50개 중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시설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일은 시공하면서 어이없는 발상으로 관광약자를 우롱 및 기만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오히려 장애인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카라반 실내로 들어가려면 지면에서 계단 2개를 통해 카라반 실외데크로 올라가야 하고, 데크에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가려면 다시 2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계단이 없이 경사로 구조라고 하더라도 문폭이 60㎝에 불과하여 전동휠체어 출입은 불가능하다.

반면, 캐빈하우스는 지면에서 6계단 높이라서 다소 높기는 하지만 올라가면 현관이 나오고 현관에서 실내는 수평으로 진입하게 되어 있다. 캐빈하우스 문폭은 카라반과는 달리 90㎝나 되어 계단이 없는 경사로 구조라면 전동휠체어가 들어가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진입통로가 계단뿐이라서 이 역시 그림의 떡이다.

연천군이 이곳을 개발하면서 휠체어 장애인을 배려하려는 생각이 들기는 했을까? 3동의 카라반에는 지면에서 실외 데크까지 계단이 아닌 경사로가 깔려 있다.

필자는 인터넷지도에서 로드뷰를 통해 검색을 하다가 이 경사로를 보고 “아, 휠체어 생활을 하는 나도 이용이 가능하겠구나.” 하고 예약을 했다. 시설공단 직원과 전화에서도 휠체어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이용 당일에 현장의 관리사무소(시설공단)에서 체크인을 하면서도 같은 말을 들었다.

열쇠를 받아들고 예약된 카라반으로 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실외 데크까지는 경사로를 통해 진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실외 데크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출입문 앞에는 계단 2개 높이를 수직으로 올라가야 하는 구조였다.

너무나 황당했다. 결국 휠체어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는 구조였다.

어렵게 방문했는데 이용할 수 없겠다는 절망감보다는 연천군으로부터 기만과 우롱을 당했다는 것이 정말 참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휠체어를 실외 데크에 두고 동행인에게 업혀서 실내로 들어갔다.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모든 것이 전동휠체어에 세팅되어 있는데, 그 휠체어를 밤새 밖에 두었으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사실 카라반은 문폭을 확장하지 않는 한 진입로와 출입문을 경사로 형태로 시공하여도 전동휠체어 출입은 불가능하다. 연천군(시설공단)이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더구나 반쪽 경사로만으로는 휠체어 이용자의 입실이 불가능할 것이라도 사실을 알면서도 수년간 그렇게 운영해 왔다는 것이 개탄스러웠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시공 당시 관광약자 배려하려고 그런 시공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입실이 불가능하리라는 사실까지는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한심한 답변을 했다. 

사실 그곳에서 진정으로 장애인을 고려한다면 카라반보다는 캐빈하우스를 출입구로 경사로와 연결하여 이용케 했어야 한다. 마침 캐빈하우스 뒤쪽에 약간 지대가 높은 보행로가 있다. 그러한 지형을 활용해서 진입로 경사로를 만들면 더욱 쉽게 경사로 조성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매점과 기타 공동시설도 출입구는 계단 뿐이었다.

32동의 카라반 중 3동에 대하여 휠체어 진입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나, 실외데크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통로는 계단식 높은 문턱과 좁은 문폭으로 인해 휠체어 출입이 전혀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32동의 카라반 중 3동에 대하여 휠체어 진입을 위한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으나, 실외데크에서 실내로 들어가는 통로는 계단식 높은 문턱과 좁은 문폭으로 인해 휠체어 출입이 전혀 불가능하다.  ⓒ소셜포커스
캐빈하우스는 충분한 문폭과 넓은 실내공간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출입이 가능하겠지만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그림의 떡이다. 시공할때 출입구 방향을 반대로 하고 지대가 높은 보행로와 연결하여 경사로를 설치하였더라면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소셜포커스
캐빈하우스는 충분한 문폭과 넓은 실내공간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자의 출입이 가능하겠지만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그림의 떡이다. 시공할때 출입구 방향을 반대로 하고 지대가 높은 보행로와 연결하여 경사로를 설치하였더라면 접근이 가능했을 것이다. ⓒ소셜포커스
매점 등 공동 편의시설도 휠체어가 접근할 통로는 없다. ⓒ소셜포커스
매점 등 공동 편의시설도 휠체어가 접근할 통로는 없다. ⓒ소셜포커스

이런 사실은 작년 5월 4일자 KBS-TV “사랑의 가족”의 “끝까지 간다”라는 프로그램에 필자가 직접 출연하여 15분이나 적나라하게 방송이 나갔다. 그리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지금쯤은 연천군이 개선을 하지 않았을까 하고 최근에 다시 그곳을 방문했다. 그러나,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또 다른 장애인 차별시설을 확인했다.

이번에는 그 캠핑장에서 길 하나 건너 세계캠핑체험존 팬션에서 숙박했다. 그 시설 또한 연천군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악몽이었다. 출입구부터 문턱이 있어서 휴대용 경사로를 통해 간신히 들어가기는 했다. 침실과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같은 실내에서 3개의 계단을 거쳐야 하는 구조였다. 평생 처음보는 괴상한 구조였다.

할 수 없이 출입구 쪽의 타일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잤다. 화장실은 전혀 이용하지 못했다. 씻지도 못했고 싸지도 못했다. 휠체어 생활을 하는 중증장애인의 몸으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누구나 이용해야 할 공중·공공시설임에도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괴팍한(?) 구조로 설계를 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시설의 명칭이 "세계캠핑체험존"이라니… 세계적인 장애인 차별시설이라는 뜻일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공시설은 특히나 누구도 차별없는 이용을 보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령에서 금지하는 장애인 차별행위다.

연천군 시설공단 관계자에게 1년 전 사회적 이슈가 된 관광약자 불편시설이 아직까지 전혀 개선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개선의향을 물었다. 그러나, 이제 인사이동이 있었으니 새로운 담당자에게 개선을 건의해보겠다며 남의 일처럼 말했다. 

도대체 연천군이 장애인에 대한 티끌만큼의 인식이라도 가지고 있기는 한가?

세계캠핑체험존 펜션은 8동이 있지만 출입구는 모두 단차나 계단으로 되어 있고, 실내 구조 또한 장애인에게는 최악의 시설이다. ⓒ소셜포커스
세계캠핑체험존 펜션은 8동이 있지만 출입구는 모두 단차나 계단으로 되어 있고, 실내 구조 또한 장애인에게는 최악의 시설이다. ⓒ소셜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