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시 병점역은 지하철로 화성시를 방문하는 사람에겐 현관 역할을 하는 교통 요지다. 화성시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병점역 앞에 병점광장을 개설했다. 3,000㎡에 달하는 넓은 공간이다. 그리고 광장 한쪽에는 마중문화공간이라는 작은 건축물을 세웠다.
병점광장에서는 작년 11월 말 수많은 군중이 참석한 가운데 화성특례시 출범을 기념하는 ‘2024 병점 광장 축제’가 열리기도 했다. 축제 당시 정명근 화성시장은 “병점광장은 화성특례시의 미래를 밝히는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며 “시민에게 만족감을 주는 장소로 잘 가꿔 나가겠다”는 약속을 했다.
병점광장이 포함된 병점역 일원의 도시재생뉴딜사업은 2021년부터 5년간 약 1천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는 거대한 사업이다.
병점광장의 마중문화공간은 전시ㆍ이벤트 등 문화활동의 핵심 공간으로, 즐길거리와 볼거리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화성장애인누릴인권센터로부터 장애인 차별 시설이라는 제보를 받은 기자가 지난 연말에 이곳을 방문했다. 마중문화공간은 신축시설이자 공공시설이다. 그런데도 휠체어나 유아차ㆍ실버카 등 이동약자는 들어갈 수 있는 통로가 없었다. 사방 모든 출입구가 1~2개 계단이었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1월,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이를 바로 시정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왔다.
그리고 며칠 전 이곳을 다시 방문했다. 이번에는 여러 곳 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설계와 시공을 제대로 했었더라면 경사로를 덧붙인 시설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세련된 무장애 공간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경사로마저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됐다. 일부 경사로는 지나치게 가파른 구조였다. 광장에서 건물 기단으로 연결되는 1차 통로이기 때문에 그 경사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시설이 편의시설이 아니라 위험시설이었다. 경사로 법정 기울기를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설치했음이 분명했다.
법령에서 정하는 경사로의 기울기는 1/12이다. 즉 높이가 10cm라면 경사로 밑변의 길이는 120cm가 나와야 한다. 이를 각도로 환산하면 4.8도가 된다. 지형상 부득이한 경우는 1/8로 완화할 수는 있다. 각도상으로는 7.2도다. 그러나 이곳 경사로의 기울기는 18.3도가 나왔다. 법정 기울기의 3.8배나 된다. 높이가 23cm이기 때문에 경사로 밑변의 길이는 276cm 이상이 나와야 하는데 72cm에 불과하다. 가파른 경사면은 매우 위험한 구조다.
도대체 어느 회사가 시공하고 어느 공무원이 이를 방치했을까?
화성시의 주무 부서인 도시개발과에 확인을 했다. 시공사는 ‘○○○회사’라고 했다. 이런 개념이 없는 회사에 다른 공공시설 공사를 맡기지는 않았는지 걱정이다. 화성시 도시개발과 관계자는 “잘못 시공된 경사로는 시공했던 회사와 협의하여 다시 설치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또 있다. 마중문화공간 2층(옥상)은 광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다. 광장에 인파가 많을 경우, 휠체어 이용자는 인파에 시야를 가리게 된다. 이런 사람을 위해서 장애인 등 이동 약자가 2층 옥상을 우선 사용하도록 배려해야 할 공간이다. 그렇지만 옥상 접근로가 없다. 이래저래 장애인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별로 높지 않은 건물이고 광장 자체가 경사면을 이루고 있어 2층으로 올라가는 경사로 설치도 어렵지 않을 상황이다. 경사로가 어렵다면 수직형 리프트 설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에게 병점광장은, 화성시장님의 약속과 달리 만족을 주는 공간이 아니라 불만족과 차별의 상징이다. 화성특례시 공무원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병점광장 마중문화공간 준공직후 모습, 출입구 모두 계단구조여서 장애인 등 이동약자 출입이 어렵다. ⓒ소셜포커스
장애인 불편시설 시정요구로 경사로가 설치되었지만 오히려 위험시설이 됐다. ⓒ소셜포커스
과도한 기울기로 위험시설이 된 다른 출입구 ⓒ소셜포커스
주먹구구식 설치로 경사로가 다른 경사로의 장애물이 됐다. ⓒ소셜포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