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자연휴양림 숙박동 외부 출입구의 계단과 단차로 가로막힌 내부 시설지난 3월에 찾아간 전남 고흥의 팔영산자연휴양림에도 봄기운이 완연했다. 메마른 대지를 깨우고 피어나는 생명력은 산을 찾는 이들에게 설렘을 안겨준다. 그러나 휠체어에 몸을 실은 방문객에게 그 봄은 여전히 높은 문턱 너머의 풍경일 뿐이었다.
팔영산의 풍경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지만 그 속살로 들어가는 길은 차가웠다. 휴양림 내 20개의 객실 중 장애인이 온전히 이용할 수 있는 곳은 단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12개 동의 숲속의 집은 대부분 한 뼘도 안 되는 단차나 2~3개의 계단이 출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휠체어 접근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다. 8개의 객실로 구성된 휴양관도 2객실을 제외한 대부분이 2층에 있어 휠체어 접근은 더욱 어렵다.
이동식 경사로라도 비치되어 있었으면 1개의 단차나 2개의 계단 정도는 극복할 수 있으련만 몇십만원이면 충분한 그러한 시설마저 없었다. 이동식 경사로 같은 작은 배려조차 부재한 현실 속에서, 예약한 숙소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쳤던 순간은 여행의 설렘을 두려움으로 바꾸어 놓았다.
예약된 산막2동을 찾아갔다. 출입구는 역시 2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졌다. 경사로를 설치할 공간은 충분했지만 계단뿐이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필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차량에 설치된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를 계단과 연결하여 접근을 시도했다. 수차례의 실패를 거듭하다가 간신히 출입문을 통과했다. 이번에는 객실로 연결된 통로에 또 단차가 있다. 천신만고 끝에 침실까지 오기는 했지만, 나중에 퇴실할 일이 걱정되어 편안한 휴식도 어려웠다.
고흥군이 운영하는 공공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의 기본적 접근권을 이토록 외면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볼 여지가 있으며, 행정의 관리 책임이 충분히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숙박을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체크아웃을 위해 관리동으로 찾아갔다. 한 직원은 어젯밤 사무실에서 CCTV로 입실하는 모습을 지켜봤는데 전동휠체어를 타고 출입구 계단에서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군청에 개선을 요청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 직원은 전날 저녁 체크인을 할 때 열쇠를 받아들고 타고 온 차량로 예약동으로 이동할 때 캄캄한 밤중에 관리실 밖 숲길까지 나와서 지켜보고 있다가 길을 잘못들자 쫓아와서 자세히 안내를 해줬던 친절한 중년 여성분이었다.
이분의 친절은 차별받은 마음을 반이나마 어루만져 주었다. 군청에 개선을 요청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쉽게 개선이 될지는 의문이다.
국·공립 자연휴양림은 국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시설이다. 산악 지형이라는 지형적 한계를 변명으로 삼기엔, 이미 평탄화된 부지 위에 지어진 건축물의 구조적 무관심이 너무나 크다. 오히려 경우에 따라 지형의 고도차를 활용한다면 경사로 설치는 생각보다 수월할 수 있다.
예산과 설계의 어려움을 이유로 장애인용 화장실까지 완비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출입이라도 가능하도록 문턱을 제거하고 경사로를 설치하는 '작은 조치'만이라도 선행되어야 한다.
자연휴양림 예약시스템인 “숲나들e”에 의하면 전국에는 180여 개의 국공립 자연휴양림이 있다.
국립자연휴양림이나 일부 공립휴양림의 경우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객실을 한두 개씩 두고 있기는 하지만 그 객실을 장애인에게만 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장애인이 먼저 계약해버리면 장애인은 일반객실이라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모든 객실이 적어도 휠체어 출입은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전국의 수많은 휴양림 중 모든 객실을 무단차로 운영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인식 수준을 반영한다.
의왕시 바라산자연휴양림의 경우 장애인실 여부에 관계없이 전 객실을 무단차로 설계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게 만든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칠곡에서 운영하는 팔공산자연휴양림도 장애인실은 따로 없지만 출입구는 대부분 무단차다.(사진 참조)
장애인 전용 객실 몇 개를 지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객실이든 장애인이 원할 때 이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자연의 혜택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가 만드는 아름다운 그림자만큼이나, 그 아래 머무는 모든 이들이 제약 없이 풍경을 누릴 수 있는 배려가 더해진다면 더욱 빛나는 명소가 될 것이다.
숲속의 집 모든 객실의 출입구는 단차나 계단으로 되어 있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하다。
계단으로 된 출입구와 계단을 통과해도 단차에 막힌 내부 시설, 그리고 실외 부대시설의 단차
장애인실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객실의 출입구에 경사로를 갖춘 바라산자연휴양림과 팔공산자연휴양림 조봉현 전문기자bh19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