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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우리도 대통령 잘 뽑고 싶다”… 발달장애인, 쉬운 공보물 촉구2025-05-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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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9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정당별 제작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9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정당별 제작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요구에 민주당진보당노동당 화답
  • 장추련·피플퍼스트국민의힘개혁신당에 16일까지 답변 요구
  • 공직선거법상 별도 공보물 제작 어렵다면 웹으로도 제공해야
  • 재판 중인 투표보조용구’ 제공 등 선거 접근권 보장은 미지수

[더인디고] 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장애인들의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주장이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것은 그만큼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는 반증이다. 공직선거법의 흠결은 여전한데다, 최근 발달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법원의 판단 등이 있었음에도 국가 차원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피플퍼스트,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은 9일 오전 10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6·3 대통령선거’에서 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를 제작해 배포할 것을 각 정당에 촉구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2023년 10월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보 제작 가이드를 제작해 배포했다그동안 끝없는 장애인 참정권 요구에 의해서다하지만 지난 22대 총선에서도 그렇고이번 대선에서 각 당 후보가 가이드에 따른 공보물 등을 제작할 지는 지켜볼 일이다.

앞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원고 박경인·임종운 씨)은 지난 2022년 1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선거 접근권 보장을 위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의 차별구제청구소송을 냈다. 문자를 이해하기 어려워 정당 로고나 후보자의 사진 등이 포함된 ‘그림 투표용지’와 안내판의 비치 등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선거 편의를 제공하라는 것이 골자였다.

관련해 1심은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등 관련 법률 개정이 먼저라는 것. 반면 서울고등법원(2심)은 지난해 12월 18일, 1심 각하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이 요구한 그림 투표용지는 아니지만, 1년 뒤 선거에서 정당의 로고나 후보자 사진 등을 이용해 투표용지에 기재된 정당 이름과 후보자의 기호·이름 등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투표 보조용구’를 제공하도록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선관위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이에 대해 장추련은 올해 4월 1일까지 대법원에 그림투표보조용구 도입 판결을 촉구하는 탄원서 운동을 전개했고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25발달장애인 위한 쉬운 선거공보 작성 의무화와 투표보조용구 제작·사용을 법적으로 명시하는 내용 등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앞서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21발달장애인을 위한 선고공보물 별도 작성배포를 비롯해 청각장애선거인을 위한 한국수어 또는 자막 방영 의무화각급선거방송토론위원 주관 대담·토론회 시 한국수어통역사를 2명 이상 배치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장애인단체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공직선거법은 계류 중이고조기 대선은 앞으로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또한 투표소 등 물리적 접근뿐 아니라 정보접근 등에서 차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차별구제청구소송 당사자인 박경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는 “이번 대선에서 복지정책을 잘 펼칠 사람을 뽑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관련 내용 등이 쉽게 설명된 선거 자료(공보물)나 이해하기 쉬운 투표용지 등이 제공되어야 한다”면서, “특히 대통령 선거가 코앞이다. 각 정당과 선관위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호소했다.

관련해 ‘장애인차별금지법(제27조, 참정권) 제3항’은 공직선거후보자 및 정당은 장애인에게 후보자 및 정당에 관한 정보를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정도의 수준으로 전달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발달장애인법(제3조)’에도 ‘발달장애인이 자신에게 법률적·사실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 및 자신과 관련된 정책의 결정과정에서 자신의 견해와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영국의 주요 정당들은 2010년 총선 이후부터 학습 및 발달장애가 있는 유권자들을 위해 일반 공약집과는 별도로 ‘이해하기 쉬운 선거공약집(easy read manifestos)’을 발간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모든 공공기관 홈페이지에는 의무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형태’의 정보가 제공되며, 접근 가능한 매체 기관인 MTM이 운영하는 ‘8페이지(8 SIDOR)’에서는 선거에 관한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 내 모든 정당은 해당 매체를 통해 자당의 정책과 공약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한편이날 기자회견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기본소득당민주노동당은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제작을 약속했다하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자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국민의힘 당사 앞을 찾아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승헌 장추련 사무국장은 “국민의힘은 연락이 없어 예정대로 오는 16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구했고, 개혁신당은 전화가 안 돼 이메일로 질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각 정당에 보낸 질문은 다음과 같다발달장애인과 글을 읽기 어려워하는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도 시민으로서 인정하는가 이들 역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선거에서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제작에 동의하는가 선거 공보물을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로 만들어 선관위에 등록하거나온라인을 통해 별도로 제작·배포할 의향이 있는가 등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발달장애인 등이 요구하는 선거 접근권이 제대로 실현될 지는 의문이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은 현재 후보 단일화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선관위 일정에 의하면 선거벽보 붙이는 작업은 17일까지, 전단형 선거공보 등 투표안내문 발송은 24일까지다.

어느 정당이든 손에 쥘 수 있는 공보물은 차치하더라도, 웹자보 형태 등 온라인으로 별도 제작해 배포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일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