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지원서비스 방문심사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청각장애인에게 ‘전화’로 연락하면서 일정 조율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됐다. ©박관찬 기자[더인디고=박관찬 기자] 기자는 최근 다른 시로 이사를 하게 됨에 따라 활동지원서비스를 새로 신청하게 되었다. 이사를 해도 장애 정도와 특성은 그대로지만, 서비스를 제공받던 시에서 다른 시로 이사를 가게 되면 활동지원서비스를 다시 신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사를 했던 날 전입신고를 하면서 바로 신청했다.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모르는 번호였지만 해당 발신자 번호 위에 ‘NPS국민연금’이라고 적혀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활동지원서비스 방문심사를 하기 위해 연락했다는 걸 금방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화가 걸려온 당시에는 곁에 대신 전화를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 전화 연결이 되지 않자 곧 해당 번호로 문자가 왔다. 활동지원서비스 방문심사 건으로 연락드렸으니 통화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번호는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 번호가 아닌 기관 번호였기 때문에 문자가 발송될 거라는 확신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 일단 문자가 왔는 만큼 기자도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통화가 어렵다, 문자로 연락주시면 감사하겠다”라는 내용으로 회신했다. 하지만 해당 번호로 문자는 발송이 어려운지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활동지원서비스 심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주가 걸리는 걸로 알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심사를 받고 싶은 마음에, 활동지원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지원을 요청했다. 활동지원사가 국민연금공단으로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는 출장 중이라서 연락이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국민연금공단에서 처음 연락이 왔던 게 금요일이고, 그날은 활동지원사를 통해 대신 연락을 요청했지만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 연락되지 않았다. 그 다음주 월요일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다음날인 화요일에 활동지원사와 함께 있을 때 활동지원사를 통해 전화로 다시 지원을 요청했다. 기자가 활동지원사에게 지원을 요청한 취지는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통화가 어려우니까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전화 대신 문자로 소통을 해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내용만 전달하면 통화가 그리 길어질 필요가 없는데, 활동지원사는 국민연금공단 직원과 통화 연결이 된 뒤 한참동안 통화를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기자에게 물어보는 거였다. 방문조사 일정을 언제로 잡으면 좋겠냐고. 그걸 직접 문자로 소통해서 잡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지만, 전화기 너머의 국민연금공단 직원은 문자가 아니라 지금 활동지원사를 통해서 전화로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당시 기자와 활동지원사가 있는 곳이 지하철 안이라서 짜증내거나 목소리를 높여 말하기도 뭣했고, 마음 불편한 내용은 추후 심사하는 날 직원이 방문하면 이야기해도 되니까 일단 심사 가능한 일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기자가 원하는 일정에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방문하기 어렵다고 했고,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방문하고자 하는 일정에는 기자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기자는 계속 핸드폰의 달력을 확인하면서 일정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활동지원사에게 알려줘야 했고, 활동지원사는 중간에서 국민연금공단 직원과 계속 통화하며 기자와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일정 조율을 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그렇게 바로 일정 조율이 되지도 않았다. 국민연금공단 직원은 일정 조율이 되지 않자 활동지원사에게 잠시 통화를 종료한 후 확인해보고 5분 이내에 다시 연락준다고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일정이 확정되었는데, 영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 국민연금공단에서 활동지원서비스 관련하여 방문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라면 어떤 장애인인지, 즉 장애유형을 적어도 한번쯤은 확인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전화부터 한 것도 그렇고, 활동지원사를 통해 청각장애가 있어서 통화가 어렵다고 했는데도 끝까지 문자를 하지 않고 활동지원사와 통화를 해서 일정조율하는 데에만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한 것도 그렇다. 활동지원사는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해주는 인력으로 장애인이 자립생활을 위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혼자 하되, 그 과정에서 장애로 인해 어려운 부분을 지원한다. 일정조율을 장애인이 혼자 하지 못하는 게 아닌 만큼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장애감수성만 가지고 있다면 충분히 직접 소통하고 시간도 절약하며 빠르게 일정 조율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연금공단 직원이 방문을 할 때, 활동지원사가 반드시 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방문심사는 기자 혼자서도 충분히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어렵게 방문 일정을 잡았는데 그날은 활동지원사가 지원해주기 어려운 일정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혼자서도 충분히 소통이 가능하고 심사를 받을 수 있는데 왜 굳이 활동지원사가 동행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직원의 답변은 ‘심사 대상자는 남자, 심사하기 위해 방문하는 직원이 여자이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활동지원사가 동행하기 어려우면 국민연금공단에서 직원이 다른 직원과 동행하여 방문한단다. 앞서 일정 조율을 위해 연락하는 과정에서 언짢았던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국민연금공단 직원의 ‘활동지원사와 동행해야 하는 이유’는 더 기분을 나쁘게 만들었다. 차라리 ‘서비스 받는 과정을 조사 또는 확인하기 위해’라는 게 이유였다면 그나마 납득했을 텐데, 굳이 그런 이유를 대야만 했을까 싶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