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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국립장애인도서관 독립청사 “표류 중”… 다기망양의 우 범하나!2025-03-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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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애인도서관 독립청사 “표류 중”… 다기망양의 우 범하나!

▲바닷가 모래사장에 빈 휠체어 한 대와 휴게 혹은 대피 공간 등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바닷가 모래사장에 빈 휠체어 한 대와 휴게 혹은 대피 공간 등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 1년 전 유력 후보지 선정하고도접근성과 동떨어진 대체지 검토
  • 장애계 도서관물리적 공간만 치중한 채 대중교통 접근성 외면

[더인디고] ‘국립장애인도서관 독립청사(이하 독립청사)’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 예산이 2년 전에 마련됐지만, 지금까지 부지조차 선정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립장애인도서관(도서관)은 지난해 2월, 경기도 시흥 장현지구를 유력한 건립 후보 장소로 선정하고도, 최근 다른 후보지(수원 호매실지구)를 제시했다. 1년만의 일이다. 문제는 도서관 측이 제시한 장소는 최소한 대중교통 접근성과는 거리가 먼 곳이라는 의견이다.

앞서 도서관 측은 지난해 2월 21일, 문화체육관광부와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건립 부지 연구용역 결과를 내놨다. 당시 참석자 대부분은 서울 송파구 위례지구’ 보다는 장현지구의 손을 들어줬다서해선 시흥시청역에서 300m 이내의 대중교통 및 이동접근성과 지자체(시흥시)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이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위례지구는 지하철 8호선 남위례역에서부터 1.5km 이상 떨어져 있는 데다, 횡경사가 심해 휠체어 사용자 등 장애인들의 이동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도서관임에도 ‘장애인 시설’이라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위험요소인 데다, 송파구청의 지원도 불투명했다.

그렇게 1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도서관 측은 지난 3월 11장현지구와 호매실지구 연구용역 결과를 내놨다장현지구는 부지(약 5000m²)가 좁아지상 9층으로 건립해야 한다면호매실지구는 상대적으로 넓은 부지(21,000m²)를 확보할 수 있어 지상 4층 규모로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주변 환경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데다국유지라는 이점도 꼽았다주변에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누림센터)와 장애인복지관이 있어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독립청사 후보장소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호매실지구. 3월 11일 간담회에 참석한 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토대로 장애인복지관 주변을 빨간색 실선으로 표시했다.
▲국립장애인도서관이 독립청사 후보장소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호매실지구. 3월 11일 간담회에 참석한 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토대로 장애인복지관 주변을 빨간색 실선으로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 참석한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호매실지구는 2028년에 들어설 것으로 기대되는 지하철 역사와는 1.8km 떨어진 거리였다. 위례지구보다 먼 거리다. 수원시 고위 관계자의 지원 약속도 불투명한 상태라는 것.

간담회에 참석했던 A단체 관계자는 “도서관 측은 ‘셔틀버스를 운영하겠다’, ‘모두가 이용가능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멋진 공간으로 구성하겠다’고 말했지만, 셔틀 차량은 결국, 내가 원하는 시간에 이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며, “또 문제는 접근성의 중요성과 시흥 장현지구를 선호한 이유를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이어 “독립청사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장애계가 찬성을 한 데에는, 현 도서관의 공간적 문제뿐 아니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에서의 접근성 문제도 한 배경이었다”면서, “특히, 새로 짓는 청사는 건물 내 물리적 접근성은 문제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중교통 접근성을 간과한다는 것은 마치 외딴 섬에 멋진 별장을 지어놓고 나 홀로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B단체 관계자도 “대중교통 접근성이 감각장애인이나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발달장애인들도 혼자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대중교통을 환승해야 하는 경우 큰 어려움으로 다가 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체부와 도서관 측이 접근성의 중요성보다는 ‘호매실지구의 다른 장점만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는 것과, ‘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장소를 점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후보 장소가 없는 것도 아닌데새로운 장소를 찾다가 결국 장기간 표류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립장애인도서관 독립청사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56번)이다. 그런데도 지난 2022년 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연구용역 예산 2억 원이 어렵게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국정과제나 대선공약이어도 현 정부 임기(5년) 내 중요한 사안이 미뤄지거나 확정되지 않으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간담회에 참석했던 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혼란스러운 현 정국 상황에서 일정한 방향이나 원칙 없이 헤매다 결국 일을 그르친다는 ‘다기망양(多岐亡羊)’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