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전동휠체어가 지하철 선로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런데 많은 언론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의 상태에 대해서는 극소수만 다뤘을 뿐 ‘지하철 운행 중단’만 집중 보도했다. ©박관찬 기자- 전동휠체어 선로 추락에 ‘지하철 운행 중단’만 집중 보도
-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나 걱정할지는 신경도 안 쓰나?”
[더인디고=박관찬 기자] 사람들은 사회면에서 뉴스를 보다가 사고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교통사고나 추락사고 등 여러 가지 유형의 사고 소식을 접할 때, 사람들은 가장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 중 하나가 ‘사람이 다치지 않았는지’다. 그렇기에 대개의 사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도 사고로 인해 사망자가 있는지, 부상자가 있는지, 있다면 부상 정도가 어떠한지 등을 확인해서 보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지난 7일 오후 샛강역 신림선 하선에서 일어났던 ‘전동휠체어 선로 추락사고’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러 언론에서 해당 사고를 앞다투어 보도했는데, 으레 사고 소식을 다루던 뉴스처럼 사망자나 부상자가 없는지를 다룬 기사보다 ‘다루지 않은’ 기사가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몇 번의 검색을 거듭한 끝에야 겨우 찾아낸 극소수의 언론 기사에는 전동휠체어에 탑승했던 60대 A 씨가 선로로 추락했다고 언급한 내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면 해당 사고 소식을 보도한 대부분의 언론에서 중점적으로 다룬 내용은 전동휠체어에 탄 ‘사람’보다 ‘신림선 운행 중단’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시민 B 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샛강역에서 전동휠체어가 추락했다는 사고가 보도되면 이와 관련있는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할 텐데,그만큼 전동휠체어에 탄 사람이 괜찮은지를 먼저 알려야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기존에 접했던 사고 소식을 다뤘던 기사들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B 씨는 “사고가 나는 등 부득이한 이유로 지하철 운행을 중단하게 될 경우 전체문자가 발송되지 않냐”면서, “신림선 운행 중단은 문자 발송으로도 충분히 그 기능을 할 수 있을 텐데, 많은 언론에서 전동휠체어는 ‘추락’했다는 것만 보도해서 좀 당황스럽다”고 했다.
한 장애인단체 활동가 C 씨는 “언론 보도를 하는 기자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동안 뭔가 쾌거를 이룬 장애인을 두고 ‘장애극복’이라고 하거나, 잔인한 범죄자를 두고 ‘정신장애’ 등 자극적인 요소에만 집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사고 역시 장애인을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거나 제대로 알지 못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C 씨는 “전동휠체어가 선로로 추락했다고 하면 얼마나 큰 사고인지, 또 지하철이 들어오기라도 하면 정말 위험천만하지 않냐”고 반문하며 “그런데도 이렇게 ‘전동휠체어 추락’으로 끝내고 오로지 지하철 운행 중단만 보도하는 건 정말 아니다. 각 언론사의 기자들에 대한 장애이해교육이 정말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사고는 전동휠체어의 조작 실수인지 등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며, 전동휠체어에 탑승했던 A 씨는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