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의 이용범위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1의 일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의 이용범위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1의 일부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중에는 승용차나 승합차를 구매하여 휠체어 탑승을 위한 리프트 장착이 가능하도록 개조하거나 개조 차량을 구입해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필자 역시 11인승 승합차를 6인승으로 개조해서 이용한다.

자동차관리법에서는 10인승 이하를 승용차라 하고 11인 이상을 승합차라고 한다. 11인승 승합차를 개조하여 6인승이 되었다면 승용차일까? 승합차일까?

이에 대하여 자동차관리법 제3조 제1항 제2호의 단서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내부의 특수한 설비로 인하여 승차 인원이 10인 이하로 된 자동차의 경우에도 승합차로 본다”고 했다. 즉, 11승 승합차를 개조해서 6인승이 되었더라도 개조와 관계없이 승합차에 해당한다. 차량등록증에도 “6인승 승합차”로 표시된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별표1에는 “9인승 이상의 승용자동차 및 승합자동차로서 6인 이상이 승차한 경우”에는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승합차에 6명 이상이 승차하면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6명이 이상 탑승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최소한 6인승 이상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해석상 논란이 있을 수는 있다. ‘9인승 이상의 승용차’와 ‘승합차’로 볼 것이냐, 아니면 9인승 이상의 ’승용차와 승합차‘로 볼 것이냐의 차이다. 시행령을 만들 때 따옴표만 잘 사용했더도 논란의 소지는 없을 텐데 입법상 허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중대한 논란이 유발될 수 있는 법령은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도 벗어난다.

그렇더라도 필자의 생각은 ‘9인승 이상의 승용차’와 ‘승합차’로 본다는 것이다. 차량관리법에서 승용차와 승합차를 구분하는 관건은 인승이다. 10인승 이하는 승용차고, 11인승 이상은 승합차다. 9인승이라는 표현에는 승합차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그 다음의 괄호 안에 명시된 단서 규정을 보면 더욱 명백해진다. “승용자동차 또는 12인승 이하의 승합자동차는 6명 이상이 승차한 경우로 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승합차는 12인승 이하라고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같은 표에 인승에 관계없이 통행가능한 다인승차로에 관한 규정이 있는데, 거기서는 “3인 이상 승차한 승용·승합자동차”라고 했다. 이렇게 승용차와 승합차를 함께 나타내는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같은 표에서 다른 방법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더라도 버스차로에서는 ‘9인승 이상의 승용차’와 ‘승합차’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차종별 운전이 가능한 면허의 범위를 규정한 도로교통법이나, 장애인 차량의 도로비 감면을 규정한 유료도로법에서 개조 등으로 승차정원이 감소된 경우에도 개조 전의 정원을 따르도록 규정한 것과 비교하더라도 유독 개조 차량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에 대해서만 달리 해석할 이유가 없다.

필자는 휠체어 탑승용 차량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아들 내외와 두 손주 등 가족이 모두 타면 6인승 자리를 모두 채운다. 리프트가 장착된 승합차에 6명이 타고 이동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 아니다. 많은 장애인 단체들이 소속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기 위하여 휠체어 탑승용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행사가 있을 때는 장애인과 직원들을 태우고 이동하다 보면 6인석을 모두 채우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차량 외관상 승합차의 경우 단속대상으로 삼지 않았으나, 이제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된 인승과 연결해 판단하도록 프로그램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단속 대상으로 나타났다는 경찰청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의견은 더욱 납득할 수 없다. 법령상 버스전용차로 이용대상은 분명히 “12인승 이하 승합차는 6명 이상 승차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등록원부상 승합차로 등재되어 있고 6인승이라면 당연히 “12인승 이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이상한 해석은 많은 장애인과 장애인단체에 불리한 결과를 주고 있다. 부당한 단속으로 인한 피해가 아니더라도 단속대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정당한 편의시설 이용에 제한을 당하기 때문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도 장애인차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다시 경찰청 본청의 법령담당 부서(교통기획과)에 전화상담을 요청했다. “법령에 분명히 나타난 12인승 이하의 승합차에는 6인승도 당연히 포함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승합차라고 하더라도 9인승 이상에 미달하므로 불가하다”고 했다. 필자는 다시 “뒤의 괄호설명이 없다면 그런 주장도 가능하겠으나, 9인승 이상의 의미에 승합차까지 포함한다고 단정할 확실한 근거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가의 법령이란 국가를 유지하고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국민의 권리 제한이 주목적은 아니다. 더 많은 권리보호를 목적으로 일부의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명백한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입법 미비로 명백한 해석이 어렵다면 함부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가급적 국민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이 바른 자세일 것이다.

경찰청은 지금이라도 재해석을 통해서 잘못된 해석 관행을 바로잡아 피해를 보는 국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법령을 제·개정함에 있어서 명확성 원칙을 지켜서 혼란의 소지를 없애는 노력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