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담미디어는 김종배 연세대학교 작업치료학과 교수의 미국여행기 「전동휠체어에 날개를 달고」를 연재한다. 사지마비 장애를 가진 필자에게 해외여행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다. 공항에 도착하는 일, 비행기에 오르는 과정, 좌석으로 옮겨지는 순간, 방석 하나를 챙기는 일까지 모두 안전과 존엄의 문제로 이어진다.

 

첫 번째 글은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불리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한다. 화려한 시설과 국제적 평가 뒤에서,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은 여전히 불안한 탑승 과정을 겪는다. 이 글은 한 개인의 불편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항 이동지원 서비스, 항공 탑승 안전, 장애인의 이동권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과연 진정한 ‘세계 수준’에 도달했는지를 묻는다. <편집자 주>

아틀랜타공항에서 김종배 교수가 이동지원 요원들의 도움을 받아 아일체어에 앉아 있다. 상체와 다리를 고정하는 안전장치, 전문 인력의 지원은 중증장애인의 항공 이동에서 필수적인 절차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오전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미국 아틀랜타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서는 늦어도 8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 했다. 원주에서 출발하면 광주와 성남, 안양 근처를 지나가게 되는데, 자칫 출근 차량 대열에 섞이면 속수무책이다. 내비게이션은 6시에 출발해도 된다고 했지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오전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장애인의 여행은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부터 시작되지 않는다.

집을 나서 공항에 도착하는 길, 그 첫 이동부터 이미 이동권의 문제는 시작된다.

원주에서도 공항버스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공항버스에는 휠체어석이 없다. 원주역까지 차로 이동한 뒤 기차를 타고 서울역으로 가고, 다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최소 3시간은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번 일본에 다녀올 때 서울역에서 원주행 마지막 기차를 놓쳐 곤욕을 치른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아예 승용차를 운전해 공항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 공항버스와 같은 시외버스나 고속버스에 휠체어석이 구비되기를 기대하기는 아직 어렵다. 5년 전 국토교통부에서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시외버스와 고속버스를 개발한 적은 있다. 내가 그 연구과제의 사용성 평가를 맡아 수행했으니 분명히 기억한다. 그러나 개발은 되었지만, 실제 보급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공항으로 가는 길부터 이동권은 시작된다

어쨌든 원주에서 5시 30분에 출발해 부지런히 달린 덕분에 공항에는 여유 있게 도착했다. 함께 가는 활동지원사 이 선생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단기주차장에 주차하자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하니 장기주차장에 가보자고 내가 우겼다.

하지만 이 선생이 그렇게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3년 전 싱가포르 출장 때 장기주차장에서 터미널로 이동하는 셔틀버스의 휠체어 경사로가 작동하지 않아 비행기를 놓칠 뻔한 적이 있었다. 세 대의 버스가 연속으로 고장 나 있어 그냥 보내야 했다. 운전기사에게 이유를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엉터리 부품이 들어간 저가 버스를 구매해서 자주 고장이 나는데, 수리 예산도 제대로 내려오지 않습니다. 기사들에게 화내지 마시고 공항공사에 이야기해 주세요.”

그 이후 인천공항을 이용할 때면 승용차로 운전해 가지 않고 공항철도를 이용했다. 그런데 이번에 와서 보니, 그 문제의 버스는 모두 교체되어 있었다. 예전처럼 버스 바닥에서 모터로 슬라이딩되어 나오는 경사로 대신, 새 수소전기버스에는 접이식 경사판이 장착되어 있었다. 수동으로 펼칠 수 있는 구조였다. 단순하지만 훨씬 더 신뢰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고장으로 인해 휠체어 이용 승객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은 적어도 예전보다는 줄어들 것처럼 보였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너무 늦었다.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공포된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럼에도 실제 현장의 변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어 왔다. 이제야 조금씩 버스가 바뀌고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는 셈이다.

공항에 조금 일찍 도착해 함께 가는 연구원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서울에서 출발했으며 앞으로 3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천천히 조심해서 오라고 말한 뒤, 체크인 구역에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며 기다리려 했다.

그런데 이 선생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휠체어 뒤에 걸어두었던 방석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방석 하나는 단순한 편의용품이 아니다.

중증장애인에게 그것은 욕창을 막고 하루의 안전을 지키는 생존 장비다.

나처럼 경수, 즉 목뼈 부위의 척수가 손상되어 사지마비가 된 경수손상 장애인은 휠체어에 앉아 생활하더라도 팔 기능까지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수동휠체어를 직접 밀 수 없기 때문에 전동휠체어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 스스로 엉덩이를 들어 자세를 바꾸기도 어렵다.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하니, 욕창이라는 무서운 합병증을 늘 걱정할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사지마비 장애인이 된 지 40년이 넘는 동안 욕창 때문에 두 차례 수술을 받았고, 적지 않은 고생을 했다. 다행히 12년 전부터 ‘오프로딩(off-loading)’ 방식의 맞춤형 방석을 사용하면서부터는 욕창의 위협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방석은 딱딱하고 굴곡이 많은 형태라 비즈니스석에서 누워 있을 때는 오히려 불편하다. 그래서 비행기 좌석에서 사용할 공기형 방석을 따로 챙겼다. 이 선생이 하루 전부터 내 가방과 본인 가방, 두 개의 가방을 챙기고, 아침에 서둘러 출발하면서 휠체어에 걸어둔다고 했는데, 아마도 오는 도중 어디선가 떨어뜨린 모양이었다.

이 선생과 나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 보았고, 이 선생은 주차장까지 다시 가서 차 안도 살펴보았다. 그러나 방석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출발한 원주 아파트 관리실에 전화를 걸어보았다. 다행히 엘리베이터 안에 떨어져 있던 분실물로 접수되어 보관 중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제는 그냥 비행기를 타야 했다.

게이트에서 휠체어 사용자는 가장 먼저 탑승한다. 대한항공 직원 한 명이 기내용 이동 의자인 아일체어(aisle chair)를 가지고 나왔다. 그것도 매우 작은 의자였다. 더 설명할 힘도 없었다. 나는 그저 “한 명 더 부르세요”라고 말하고 브리지로 전동휠체어를 몰고 갔다.

세계 최고 공항이 놓친 안전의 디테일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한국은 늘 인천국제공항을 세계 최고의 공항이라고 자랑한다. 실제로 시설 규모와 운영 효율, 환승 편의성 등에서 인천공항은 세계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중증장애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화려한 평가와 달리, 이 공항은 때로 가장 불안한 공항이 되기도 한다.

나는 사지마비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지 40년이 넘었다. 연구와 학술 활동 때문에 1년에 두세 번은 해외 출장을 가야 한다. 이번에도 미국을 방문하면서 여러 공항을 이용하게 된다. 아틀랜타공항, 피츠버그공항, 뉴욕 라과디아공항과 존 F. 케네디공항 등이다. 해외 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이 있다. 이동이 불편한 승객을 위한 지원 체계가 매우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공항에서는 항공사가 요청하면 전문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승객을 맞이한다. 두세 명이 팀을 이루어 전동휠체어 이용 승객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전동휠체어에서 견고한 아일체어로 옮긴 뒤 기내 좌석까지 안전하게 안내한다. 도착 공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승객을 다시 휠체어로 옮기고, 다음 목적지까지 안내한다.

이 과정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다. 안전을 위한 필수 절차다. 사지마비 장애인의 경우 몸을 스스로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숙련된 두 명 이상의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인천공항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공항 차원에서 운영되지 않는다. 대신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승객이 이용하는 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인데,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직원들은 전문적인 이동지원 교육을 받은 인력이 아닌 경우가 많다. 때로는 그 개념조차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낮고 불안정한 아일체어를 직원 한 명이 들고 와서 사지마비 장애인을 혼자 이동시키려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소 두 명의 건장한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하면 오히려 난감해하거나 불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동 과정에서 넘어질 뻔한 경험도 한두 번이 아니다. 비행기 탑승은 장애인에게 단순한 이동 절차가 아니다.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순간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공항 운영기관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여러 차례 개선을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이 문제는 공항의 의무 사항이 아니라 항공사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계 주요 공항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아틀랜타공항 이동지원 요원들이 김종배 교수를 아일체어에 앉힌 뒤 상체와 다리를 벨트로 고정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에게 항공기 탑승과 하기는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안전 절차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아틀랜타공항 이동지원 요원들이 김종배 교수를 아일체어에 앉힌 뒤 상체와 다리를 벨트로 고정하고 있다. 중증장애인에게 항공기 탑승과 하기는 단순한 안내가 아니라 안전 절차다. 사진=김종배 교수 제공

유럽과 미국의 주요 공항에서는 장애인 이동지원 서비스가 공항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운영된다.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춘 서비스 팀이 공항 전체 이용객을 대상으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미국 아틀랜타공항이나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공항과 같은 세계 주요 공항의 경우, PRM, 즉 이동제한승객 지원 서비스 기관의 직원이 500명에서 1,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아틀랜타공항의 경우 많게는 3,000여 명에 이른다고도 한다.

세계 최고 공항의 기준은 화려한 시설이나 빠른 환승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가장 이동이 어려운 승객에게도 안전한 공항이어야 진정한 세계 최고다.

인천공항처럼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공항에서조차 중증장애인이 비행기를 타는 일이 여전히 불안한 경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항의 경쟁력은 화려한 건물이나 면세점 매출만으로 평가될 수 없다. 가장 이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도 안전하고 존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세계 최고 공항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기본적인 권리다. 인천공항이 진정으로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평가를 계속 받고 싶다면, 이제는 가장 이동이 어려운 승객의 안전부터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아틀랜타공항에 도착했다. 공기방석이 없어 휠체어에서 사용하는 딱딱하고 굴곡이 심한 맞춤형 오프로딩 방석을 비행기 좌석에 놓고 왔다. 누워서 이동하려고 비즈니스석을 탔지만, 오히려 누워 있는 시간이 더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아틀랜타공항에는 이동지원 서비스 요원 두 명이 아일체어를 가지고 나를 맞으러 왔다. 한 명은 여성이었지만, 두 사람이 함께 나를 안정적으로 들어 올려 아일체어에 앉혔다. 다리와 허리, 상체까지 벨트로 단단히 고정해 불안하지 않도록 한 뒤, 내 전동휠체어가 있는 곳까지 안전하게 이동시켜 주었다.

이후 입국심사를 거쳐 짐을 찾고, 셔틀버스를 타는 곳까지 안내해 주었다. 서비스가 너무 좋아 팁으로 5달러를 건넸다.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