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벗겨진데다 땟물이 흐르고 먼지를 뒤집어 쓴 일부 중앙부처의 간판
곳곳이 벗겨진 데다 땟물이 흐르고 먼지를 뒤집어 쓴 일부 중앙부처의 간판

세종시에 있는 정부종합청사는 대한민국 행정의 심장이다. 각 부처의 정책이 여기서 기획되고, 국민의 세금이 이곳에서 집행된다. 말하자면 세종청사는 국가의 얼굴이다. 그러나 지금 그 얼굴은 관리의 부재 속에서 점점 흐려지고 있다.

청사의 외벽은 새까만 오염물로 얼룩지고, 기관명을 새긴 글자는 벗겨져 있다. 먼지와 녹물이 뒤섞인 간판은 제 기능을 잃었고, 각종 안내표지판은 낡아 구멍이 뚫리거나 글자가 떨어져 나갔다. 건물마다 색과 디자인이 제각각이라 통일성이나 정체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회색바탕에 흰글씨라는 개념없는 표지판은 가독력이 떨어져 위치 확인을 더욱 어렵게 한다. 행정의 상징이 아니라, 마치 수년간 방치된 공장단지를 보는 듯하다.

매일 그 건물을 오가는 공무원과 장관들의 눈에는 이 풍경이 보이지 않는 걸까. 행정의 품격은 법안이나 정책 이전에, 기본적인 관리에서 출발한다.

세종에는 행정안전부 소속의 정부청사관리본부가 함께 있다. 각 부처가 입주한 건물의 관리와 보수를 맡는 기관이지만, 정작 눈앞의 현실은 ‘관리의 사각지대’처럼 보인다.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외벽 도색공사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지난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행정시스템이 한 달 넘게 마비되어 국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청사 관리의 허술함과 안전불감증이 빚은 결과가 아니겠는가? 정보보안의 중심이 한순간에 멈춘 것은 곧 행정의 신뢰가 흔들린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책임을 지거나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세종청사는 단순한 건물의 집합이 아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어진, 국가 행정의 상징이다. 그 외관이 오염물로 덮여 있다면, 국민이 느끼는 신뢰 또한 함께 훼손된다. 행정안전부와 각 부처는 청사 관리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청결과 미관, 그리고 안전은 행정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국민에 대한 약속이다.

어느 외국기업인이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의 청결함에 감동받아 한국제품을 더 신뢰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그만큼 ‘기본이 갖춰진 공간’은 국가 이미지의 시작이 된다.

최근 미국의 어느 유력한 시사매체에서 한국의 국력을 세계 6위로 평가했다. 세계 6위의 국력이라면, 청사 하나에도 그 품격이 배어 있어야 한다.

세종 정부종합청사가 다시 국민이 자랑스러워할 ‘국가의 얼굴’로 거듭나길 바란다.

때가 가득 낀 세종 정부종합청사의 외벽, 녹쓴 철 구조물
오염이 심한 세종 정부종합청사의 외벽과 곳곳에서 녹이 슨 철 구조물
땟물인지 곰팡이인지 모를 오염물이 가득한 정부청사 옥상 외벽
정체를 알 수 없는 오염물이 가득한 정부청사 옥상 외벽
검은색 오염물질이 가득낀 정부청사 외벽
검은 오염물이 뒤덮은 정부청사 외벽
국무총리실 소속 업무공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무총리실 소속 업무공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흰색 외벽에 회색글씨와 회색바탕에 흰글씨는 가독성이 떨어져 가까이에서도 간판해독을 어렵게 한다. 
흰색 외벽의 회색 글씨와 회색 바탕의 흰 글씨는 가독성이 낮아, 가까이에서도 간판을 식별하기 어렵게 한다
같은 건물의 동일 부처 청사에서도 표지판이 제각각이고, 일부는 벗겨진 채 방치돼 있다. 표준성과 통일성, 정체성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같은 건물의 동일 부처 청사에서도 표지판이 제각각이고, 일부는 벗겨진 채 방치돼 있다. 표준성과 통일성, 정체성이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녹물이 흐르고 글자가 훼손되며 표지판까지 벗겨진, 총체적인 관리 부실의 현장
녹물이 흐르고 글자가 훼손되며 표지판까지 벗겨진, 총체적인 관리 부실의 현장
산업통상부로 개편되기 전 사용되던 산업통상자원부 간판의 글자가 일부 떨어져 나간 상태다. 이는 네이버 로드뷰에서 확인한 과거 사진과 현재 간판을 비교해도 확인된다
산업통상부로 개편되기 전 사용되던 산업통상자원부 간판의 글자가 일부 떨어져 나간 상태다. 이는 네이버 로드뷰에서 확인한 과거 사진과 현재 간판을 비교해도 확인된다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정부청사관리본부 건물은 정작 관리 기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상대적으로 깨끗해 보이는 정부청사관리본부 건물은 정작 관리 기관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낳는다

 조봉현 전문기자